2007년 11월 08일
한석현 개인전 <오답의 쾌감> 2007.11.07~11.18 갤러리 175

전시장 가득 <Must Be Fresh>란 이름을 달고 있는 빤짝빤짝한 플라스틱 상추들이 있다. 작가는 도대체 뭣땜에 이 상추들을 만들었나? 그것도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가까이서 보면 싼 간지가 좌르르” 흐르도록.
고상하고 드높으신 아방가르드 정신은 늘 지금까지 없던 것,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것,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혁신(innovation)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답의 쾌감> 개인전의 주인공 한석현은 이와 같은 예술에 대한 통념 혹은 이데올로기에 찬물을 시원하게 끼얹는다. 어떻게? 함 보자. 현대미술이 혁신을 추구한다고? 혁신은 새로움이고, 새로움은 언제나 신선함(freshness)을 수반한다. 신선함이라 하면 뭐가 떠오르나? 한석현은 아주 능청스럽게 마트 ‘신선’식품코너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물기가 송골송골 맺힌 신선한 ‘상추’를 떠올린다. 고상한 아방가르드 정신이 갑자기 삼겹살 싸먹는 상추의 정신이 되었다. 그것도 빤짝빤짝 조금은 싸구려 느낌이 나도록. 그리고는 당당히 ‘오답의 쾌감’을 만끽한다. 그는 일종의 위반실험(breaching experiment)을 한 것이다. (위반실험이 뭐냐고? 그게 궁금하시거든 <소셜로지오브아트>로)
고상한 현대미술을 상추로 만든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상추는 우리 일상 속 먹거리이다.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란 얘기다. ‘혁신이 일상이 되었다.’ 요게 중요하다. 요게 아방가르드의 딜레마다.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 자체가 일상화되어 버린 것. 혁신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상화되면서 그 고상함은 플라스틱과 봉지의 싸구려로 전락한다. 이런 골 때리는 아방가르드의 역설을 한석현은 꼬집고 있다.
작가의 전략은 나름 성공적이다. 그런데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이 글로 상호비판하고 논쟁하던 일이라 (어색해 보이지만 이거보다 훨씬 딱딱하고 점잖게 형식을 갖춰가며 했다), 또 논리적 모순과 비판거리가 또 스믈스믈 떠오른다. 한석현은 일상을 깨고 깨며 또 깨는 혁신의 실천이 일상적이라는 주장을 할까? 새롭고 싶어서? 혁신!! 아닌가? 자기모순이다. 아방가르드의 역설을 까발리는 동시에 작가도 그 덫에 걸려 있다는 얘기다. 혹시 자기성찰도 하는 건가? 성찰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 성찰도 혁신의 범주에 넣을 수 있으니.
한석현의 상추들은 너무도 신선하고 유쾌하고 즐겁다. 그래서 좋다. 그래서 나는 비판한다. 내 애정표현은 비판이다. 혹시라도 내 비판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 있다면 언제나 해주길 바란다. 나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인간이란 모순을 체화하고 있는 존재라, 그게 논리적 모순이든 수행모순이든 간에 모순을 저지르지 않고는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다. 두려워하지 말자!
# by | 2007/11/08 18:03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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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의 간지에 쪼르르르 반한 당신! 머찐 비판 부.탁.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