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08일
"천재용그림" : 픽쳐스 포 더 지니어스
"멀 그리 놀라나? 그냥 내 이름인데...!!"
이름은 잘 짓고 볼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몇 십' 만원씩 '몇 백' 만원씩 돈을 주고 이름을 짓는 일이, 가끔 보면 완전 삽질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어쩌다 40대 축 쳐진 피부의 아주머니 이름이 '샛별' 혹은 '꽃님'인 것을 확인하고 힉! 놀랄때가 있는데, 그와 반대로 이름 석자로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땐, 정말 이름은 심사숙고해 짓고 봐야 한다고 절감한다. 가령 죽은듯 가만 있다가도 불현듯 돌아오시는 우리의 '창'형님 이름이 '(돌고도는)회'창!인 것만 봐도 공감가지 않는가./
여기 '깜깜'한 공간에 마련된 커다란 아크릴릭 전시는, '픽쳐스 포 더 지니어스' 즉 천재를 위한, 혹은 천재가 사용하는 그림이란 제목을 달았다. 그럼 이 그림을 그림 이가 '천재'란 말? 아님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 '천재를 위한 그림을 그린 것 뿐'이라 부연하더라도 무튼 이래저래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다. 일찌기 들어 본 바 없는 흥미로운 제목이기도 한 동시에.
그런데 이 전시의 주인공 이름이, 본명이 '천재용'이란다. ‘쓰거나 쓰임’, ‘또는 그런 사물’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로써 자신의 이름 석자 중 '용'을 채택한 그의 쎈스는 '지니어스'까진 아니더라도 '탈렌트' 정도는 되는 듯 보인다.
그림 그린이 천재용은 디자인, 광고, 사진, 설치, 인테리어 등 여러 필드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던 이로, (주)쌈지 아트 디렉터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주)쌈지 천호균 대표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맡아 놓은 쌈지의 차세대 대표기도 하다. 그는 일반 사무실 블라인드만한 캔버스에, 로보트태권V의 깡통로봇과 야릇한 자세의 (야시한 일본 만화) 여성 캐릭터를 겹쳐 놓거나, 이것이 배꼽인지 성기인지 알쏭달쏭한 국부를 커다랗게 여러개 나열해 놓았다. 완전 하이퍼리얼(Hyperreal)하게 표현해 놓은 그의 그림은 미디어나 툴이 갖는 형식 자체 보다는 개념미술의 한 부분을 것도 기존의 장르 구분 왕무시하며 제시하고 있다. 확 와닿는 그림은 아닌데, 이거 뭔가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림이다. 그는 규격화되고 규정 되어지는 일련의 규칙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자리를 바꾸고, 뒤집고, 흩뜨려 놓음으로서 스스로 규정한 의미를 부정하고 무시해버린다.
전시장에서 만난 피부미인 이단지 큐레이터는 조용하게 속삭인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체가 과장되거나 노골적으로 표현된 것은 섹슈얼한 의미에 앞서 센슈얼리티(sensuality)를 표현하려는 것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자각과 수용을 이끌어 낸다"고. 것도 딱히 확 닿는 설명은 아닌데, '아 모지 이 말 뜻은?'하게 할 그럴듯한 설명이다.
더불어 동시상영 극장처럼 꾸민 전시공간의 특색과 작가가 작품 제목으로 차용한 8~90년대 팝쏭이 조화를 이루며 과거의 회상을 통해 이어진 현재의 모습들을 감상하는, 맛이 있는 전시다. 전시는 3일 남았고, 현재까지 판매는 한 점 됐다고.
# by | 2007/11/08 11:29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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