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_society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압제자가 묶어 놓은 모든 세상의 모든 매듭을 풀어/인간의 팔에서 날개가 되고 바람이 되기도 하는/새여, 바람이여, 자유여/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매번 art +Society 코너를 채운지 벌써 아홉 번째. “수요일까지 넘겨줘야 합니다.” 2주에 한번 어김없이 걸려오는 아트레이드 민병교 기자의 독촉으로 세월을 가늠하는 요즈음이다. ‘부르다가 내가 죽음’의 시적 테제 가운데 가장 요란한 과장은 물론 김소월의 ‘招魂’이 제격이지만, 필자는 이상하게 요절한 저항시인 김남주의 그것에 더 끌린다. 김남주가 저토록 간절하게 부르짖었던 그 ‘새’와 ‘바람’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자유! 그 자유는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지만, 또 내가 죽더라도 불러야 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 이름, 자유, 자유라는 이름을 부르는 절규, 그건 김남주 시인에겐 곧 ‘시’ 그 자체였다. 무엥, 아뜨와 쏘사이어티의 얽힘을 더듬어야 할 지면에서 이 무슨 해괴한 詩타령일까? 요는 이렇다. 인용한 싯구에서, ‘자유’를 ‘예술’로 바꿔도 어김없이 뜻이 통한다는 것. 물론, 시와 미술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오. 예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 세상의 매듭에서 풀려, 날개가 되고 바람이 되는 자유, 곧 예술!


하지만, 정신차렷! 과연 시가 나풀거리는 ‘자유’일 수 있을까? 네버! 짧은 삶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김남주에게 ‘세상의 모든 매듭’이 없었더라면, 저런 시가 나올 수 있었을까? 그 매듭은 또 ‘압제자에 의해 묶’여진 것일까? 그렇다면 압제자가 사라진 오늘날 세상의 모든 매듭은 사라진 것일까? 비록 오늘날의 시에서 김남주의 부르짖음을 들을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가 풀고자 했던 세상의 매듭이 사라진 것은 아닌 듯 하다. 그 세상의 매듭이란 것이 기실은 이 글을 쓰는 필자와 이 글을 읽을 아주 소수의 독자 당신들을 포함해서 ‘사회’라는 이 불가해한 삶의 리얼리티에 동참하는 우리 모두가 서로 서로 단단히 얽어맨 그물망이라는 것이다. 이 그물망은 김남주 뿐 아니라, 우리의 미술가들을 옥죄고, 시와 그림을 토해내도록 하는 동시에 그들의 시와 그림들은 그 그물망을 타고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러고 보면, 아뜨, 그리고 쏘사이어티의 관계를 살벌한 대립적 ‘ / ’가 아니라 상생적 ‘ + ’로 연결한 이 코너의 作名은 철학적으로도 매우 타당해 보인다.


칼 만하임의 ‘지식의 존재구속성(Seinsverbundenheit)’은 아마도 아뜨와 쏘사이어티가 얽어맨 그물망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학적 은유라 할만하다. 즉 모든 지식은 그것의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상황에서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애석하지만 김남주의 시는 그를 옭아맨 세상의 매듭 속에서만 가능했던 것이다. 아뜨 역시 그러하다. 아뜨를 아뜨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것이 얽혀 들어앉아 있는 쏘싸이어티라는 것. 그렇다면, 아뜨와 쏘사이어티의 얽힘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만하임을 좀더 끌고 들어갈 때, 대답은 좀더 분명해질 수 있다. 즉 만하임이 지식의 존재구속성 개념이 집중적으로 논증된 것이『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Ideology and Utopia, 영문판 1936)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즉, 특정한 이념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역동적 에너지가 될 때 유토피아로 기능한다면, 반대로 기존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적 운동의 정당화의 기능을 수행한다면 이데올로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 그렇다면, 미술은 어떨까? 그것은 그야말로 순수한, 순결한, 순진무구한 어떤 것일까? 아니면, 사회와 얽힘의 그물망 속에서 누군가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또는 그 이익의 재편과 변화를 획책하는 유토피아로 기능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데올로기 혹은 유토피아로서의 미술의 시장적 함의는 어떤 것일까? 이런, 또 짤려 버리는 군. 글  김동일 서강대 강사

 

by 아트레이드 | 2008/04/15 11:21 | [art+culture]societ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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