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1일
art+culture_society
바보야, 문제는 스따일이란 말야
이 탈마법의 과학시대에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어떤 것이 있다면? 빙고. 바로 예술이지. 요놈이 이 합리의 요구로 가득 찬 현대 사회의 온갖 마녀사냥 속에서 당당한 불합리로 존재할 수 건 바로 그것의 실증적 존재방식, 즉 작품 때문이야. 오직 보이는 것만 신뢰하는 불신자들에게 작품은 예술의 현존에 관한 확고한 증명인 셈이지. 아, 하나가 더 있었군. 바로 예술가! 예술의 사제이자, 예술의 존재를 간증하며, 기꺼이 목숨마저 바치는 신도이기도 하지. 여기서 수수께끼 하나 내 볼께. 예술과 작품, 그리고 예술가를 견고한 삼위일체로 만드는 고리는 뭘까? 뭐라고? 아니, 그게 아니야. 그것도 아니라니까. 좀더 생각해봐. 필요하면 이 잡지를 덮어버려. 모르겠다고? 시간도 없고 지면도 없으니, 그래 말해 버릴게. 바로 스타일(style)이야. 스타일! 예술가의 눈과 손 끝에 스며있으되, 온전히 그의 것만도 아닌 어떤 표현의 논리. 그러면서 독립된 객체로서 작품의 눈에 보이는 그 모오드은 것들을 낳는 실천의 논리, 그게 스타일이지. 스타일은 그냥 단순한 실천이 아니라, 실천과 실천들을 서로 정합적으로 조직하는 원리이기도 해.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매개하는 표현의 논리, 그것이 스타일이라니까. 에, 무슨 말인고 하니, 고호가 고호인건 말이야. 고호의 손끝과 그의 <해바라기>를 연결한 그의 스타일 때문이지. 그 스타일이 없었다면 말이야, 그는 예민하고 옹졸한 미치광이일 뿐이란 거야.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스타일이 곧 그 사람이다(Style is the Man)." 오. 고호의 스타일을 통해 고호와 그의 작품 <해바라기>가 고매한 예술의 신비를 완성하는 삼위일체의 성사(聖事)가 이루어지는 거란 말야. 멋지지 않니? 스타일은 그래서 중요한 거야. 특히 예술가들한텐 스타일이 바로 그의 목숨과도 같지. 스타일 없는 예술가는 말야. 예술가도 아니지. 영혼 없는 식물인간, 물론, 예술이란 종교에서만 그렇다는 거야. 자기 스타일을 찾지 못하겠다면, 뭐 더 늦기 전에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좋을 거야. 구매자에겐 말이야. 스타일이 바로 돈이지. 스타일은 권위를 얻고, 확장하고 나중엔 권력이 되지. 괴물이 되는 거라고. 때로 악마가 되기도 하고. 그 악마들 중에 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한 놈의 이름이 바로 ‘추상표현주의’라는 게 있었어. ‘액션페인팅’, ‘앵포르멜’이란 가명도 썼더군. 원래 나쁜 놈은 아니었지만, 다른 스타일들을 먹어치우고, 방해하고 팽창하더니만, 괴물이 되더구만. 이놈이 괴물이란 건 물론, 나중에야 밝혀졌지. 수많은 투쟁을 통해서 말이야. 물론 이놈은 많은 화상과 소장자, 작가들의 배를 불려 주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했지. 옛날 같진 않지만, 이놈은 여전히 싱싱한 상품들을 쏟아 내고 있어.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 투자해 볼만 해. 그러나 권하고 싶진 않군. 왜냐하면, 온갖 곳에서, 더 새롭고 더 싱싱한 새로운 스타일들이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야. 이 스타일들은 젊은 예술가들의 머릿 속에서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로 태어나서, 최소한의 논리를 형성하며, 견고한 형태를 잡아나가는 군. 그게 누구며, 어떤 작업이냐고? 내참 그건 말이지. 발품을 팔아가며, 돌아다녀야지. 워낙 많아서 말이야. 그런데 그런 얘기들이 돌더군. 박수근의 <빨래터> 말이야. 위작이네, 진품이네 말들이 많더군. 자, 문제는 간단하지. 바로 스타일이란 말이야. 박수근이 직접 그렸냐 아니냐가 아니라, 박수근 스타일이 온전하냐 하는 거야. 박수근 스타일 없이 박수근은 화가 박수근이 아니고, 또 박수근 스타일 없이 <빨래터>는 그림도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이 작품을 진품으로 감정한 저명한 평론가조차 그런 말을 하더군. "박수근의 50년대 초 모색기의 작품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성기의 박수근 작품과는 다른 것입니다." 온전히 박수근 스타일은 아니란 말씀으로 들리는군. 박수근에 의해 그려졌으나, 온전한 박수근 스타일이 아닌 어떤 것은 진품일까 위작일까? 그것의 가격은 또 얼마가 적당할까? 아, 이거 갈등 때리는 군. 김동일 서강대학교 강사

# by | 2008/02/01 10:58 | [art+culture]societ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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