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5일
art+culture _ society
국가, 자본, 그리고 미술관

지난 주, 아트레이드는 기념비적인 창간호를 냈습니다. 그런데, 허, 이 잡지 대단합니다. 태어나자마자 ‘박수근 <발래터> 짝퉁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네요. 하지만 이 잡지 에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존재방식에 대한 수많은 단서들로 가득합니다. 너무나 분명하지만 지금껏 어떤 잡지에서도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현대미술의 실존적 상황들입니다. 이 잡지는 예술의 신비와 거짓된 아우라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비와 아우라를 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메카니즘을 서슴없이 드러내려 하더군요. 전 단연코 아트레이드 창간호의 주제를 ‘국가’와 ‘자본’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미술이 이런 것들로부터 초연해야한다는 믿음, 그 믿음은 사실 그저 순진한 신념일 뿐입니다. 저 역시 아직은 그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트레이드 창간호는 적어도 그 신념이 미술시장을 작동하는 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병교 기자는 콜린 치너리 UCCA 디렉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현대미술의 인기비결로 중국이라는 국가가 더 중요한지, 작품자체가 중요한지 정확히 말해달라”고 당차게 물었고, 치너리로부터 “아직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본다”(26쪽)라는 대답을 얻어내더군요. 이 대답은 “미술시장의 파워는 국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현대미술품 값이 비싼 것도 이 나라들의 국력과 관련되어 있다”(50쪽)는 이규현님의 지적과도 호응합니다. 미술과 정치권력의 관계를 마치 밤마다 허벅지를 꼬집어 뜯는 젊은 성직자의 거세되지 않은 욕정처럼 불결한 것으로 외면하려 했던 필자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아니 생각 좀 해 보시라구요. 마크 로스코의 <White Center>에 부여된 670억이라는 가치는 치열한 작가정신이나 작품자체의 예술성이 아니라, 결국 미국의 “빽”을 등지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거라구요. 절 더 놀라게 한 건 자본과 미술입니다. 김상우님은 “한국은 미술품에 양도세를 붙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니, 악한 마음을 품으면, 검은 돈을 세탁하기에 딱 좋다”(48쪽)라고 쓰셨네요. 세상에나. 검은 돈과 미술이라니. 이 시대 미술이란 정말 그런 건가요? 이 잡지는 이 순진한 아마추어 미술광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착!각!하!지!마!세!요! 동일씨, 당신 머릿 속에 있는 건 환상입니다. 미술에서 더 중요한 건, 돈과 권력이라구요.” 한쪽 귀를 잘라 가며 그림을 그렸던 고호,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박수근이 들으면, 아마 환장할지도 몰라요. 예술의 신화가 한없이 강조하는 치열한 예술혼이나 작품자체의 내적가치는 어쩌면 국가와 돈에 의해 구성되고 강화되어 온 허구일지도 몰라요. 돈과 권력을 움직이는 실천자들은 그만큼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현재 박수근의 <빨래터> 논란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아. 이쯤에서 제 속내를 드러내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그 실천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미술관’이라는 겁니다. 중국미술의 세계적인 각광에는 UCCA와 퐁피두센터가 있습니다(24쪽). 미술품을 통한 비자금 세탁사건에는 성곡미술관과 삼성미술관이 있네요(48쪽). 정민영님은 “몇푼 안 될 재료로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을 만들다니, 그 ‘마술’에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52쪽)라고 쓰셨습니다. 과연 누가 어떻게 그렇게 할까요? 대답은 이나연 기자가 인터뷰한 진화랑 유위진 대표가 말씀해 주시네요. “가고시안 전시 뒤엔 값이 10배는 오를거야. 데미안 허스트가 가고시안 전시 뒤에 10배가 넘게 뛰고. 그런 거라고.”(75쪽) 가고시안을 구겐하임이나 모마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물론, 이쯤에서 누군가 이윤을 추구하는 갤러리와 공익을 미술관은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만, 그건 미술의 신비주의만큼이나 허구적인 환상입니다. 국가와 자본, 그리고 미술이 교차하는 그곳, 그곳이 바로 미술관입니다. 권력과 돈, 그리고 예술을 매개하는 곳,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글 김동일 서강대 강사


지난 주, 아트레이드는 기념비적인 창간호를 냈습니다. 그런데, 허, 이 잡지 대단합니다. 태어나자마자 ‘박수근 <발래터> 짝퉁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네요. 하지만 이 잡지 에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존재방식에 대한 수많은 단서들로 가득합니다. 너무나 분명하지만 지금껏 어떤 잡지에서도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현대미술의 실존적 상황들입니다. 이 잡지는 예술의 신비와 거짓된 아우라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비와 아우라를 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메카니즘을 서슴없이 드러내려 하더군요. 전 단연코 아트레이드 창간호의 주제를 ‘국가’와 ‘자본’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미술이 이런 것들로부터 초연해야한다는 믿음, 그 믿음은 사실 그저 순진한 신념일 뿐입니다. 저 역시 아직은 그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트레이드 창간호는 적어도 그 신념이 미술시장을 작동하는 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병교 기자는 콜린 치너리 UCCA 디렉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현대미술의 인기비결로 중국이라는 국가가 더 중요한지, 작품자체가 중요한지 정확히 말해달라”고 당차게 물었고, 치너리로부터 “아직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고 본다”(26쪽)라는 대답을 얻어내더군요. 이 대답은 “미술시장의 파워는 국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현대미술품 값이 비싼 것도 이 나라들의 국력과 관련되어 있다”(50쪽)는 이규현님의 지적과도 호응합니다. 미술과 정치권력의 관계를 마치 밤마다 허벅지를 꼬집어 뜯는 젊은 성직자의 거세되지 않은 욕정처럼 불결한 것으로 외면하려 했던 필자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아니 생각 좀 해 보시라구요. 마크 로스코의 <White Center>에 부여된 670억이라는 가치는 치열한 작가정신이나 작품자체의 예술성이 아니라, 결국 미국의 “빽”을 등지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거라구요. 절 더 놀라게 한 건 자본과 미술입니다. 김상우님은 “한국은 미술품에 양도세를 붙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니, 악한 마음을 품으면, 검은 돈을 세탁하기에 딱 좋다”(48쪽)라고 쓰셨네요. 세상에나. 검은 돈과 미술이라니. 이 시대 미술이란 정말 그런 건가요? 이 잡지는 이 순진한 아마추어 미술광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착!각!하!지!마!세!요! 동일씨, 당신 머릿 속에 있는 건 환상입니다. 미술에서 더 중요한 건, 돈과 권력이라구요.” 한쪽 귀를 잘라 가며 그림을 그렸던 고호,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박수근이 들으면, 아마 환장할지도 몰라요. 예술의 신화가 한없이 강조하는 치열한 예술혼이나 작품자체의 내적가치는 어쩌면 국가와 돈에 의해 구성되고 강화되어 온 허구일지도 몰라요. 돈과 권력을 움직이는 실천자들은 그만큼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현재 박수근의 <빨래터> 논란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아. 이쯤에서 제 속내를 드러내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그 실천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미술관’이라는 겁니다. 중국미술의 세계적인 각광에는 UCCA와 퐁피두센터가 있습니다(24쪽). 미술품을 통한 비자금 세탁사건에는 성곡미술관과 삼성미술관이 있네요(48쪽). 정민영님은 “몇푼 안 될 재료로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을 만들다니, 그 ‘마술’에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52쪽)라고 쓰셨습니다. 과연 누가 어떻게 그렇게 할까요? 대답은 이나연 기자가 인터뷰한 진화랑 유위진 대표가 말씀해 주시네요. “가고시안 전시 뒤엔 값이 10배는 오를거야. 데미안 허스트가 가고시안 전시 뒤에 10배가 넘게 뛰고. 그런 거라고.”(75쪽) 가고시안을 구겐하임이나 모마로 읽어도 무방합니다. 물론, 이쯤에서 누군가 이윤을 추구하는 갤러리와 공익을 미술관은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만, 그건 미술의 신비주의만큼이나 허구적인 환상입니다. 국가와 자본, 그리고 미술이 교차하는 그곳, 그곳이 바로 미술관입니다. 권력과 돈, 그리고 예술을 매개하는 곳,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에서 눈을 떼지 마세요.
글 김동일 서강대 강사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아트레이드 vs 서울옥션 ‘빨래터’ 진위공방 by 아트레이드
- <예술과 자본>전_2008.2.1~2.20_대안공간 루프 by 아트레이드
- Hans Haacke by duppi
# by | 2008/01/15 10:51 | [art+culture]society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