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_society

네모난 하얀 방, 미술관이 수상하다.



미술관이 뭘까
머리 굴리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봐. 그렇다. 고풍스런 하얗고 네모난 방. 화이트큐브. 이 방엔 온갖 전설들이 가득하다. 정확히 말하면, 전설을 대표하는 진귀한 오브제들이다. 이 하얀 네모방은 아주 신성한 공간이다. 숭고한 예술이 거하는 곳. 이곳의 십계명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감히 만지려 하지 마라. 뛰지 마라. 떠들지 말라. 핸폰질 하지 말라. 음식을 먹는건 아예 불경이다. 그저 아래 위로 고개만 까딱이거나 눈깔만 요리조리 굴리며 아주 천천히 걸어라. 가끔 팔짱을 낀채 한 손을 턱에 가까이 대는 정도는 무방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음과 같다. 개기지 말아라. 절대 따지지 말아라.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란 말이다. 이런 실천규칙들을 위반할 때, 관객 너는 아주 개쪽을 당하리라. 새파랗게 어린 도슨트가 이렇게 꾸짖을지도 모른다. “제가 분명히 얘길 했잖아요! 나(관객)는 생각을 못했어, 근데 이 작가는 생각을 하데,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건 굉장히 힘든데? 이 작가는 행동에까지 옮겼어요. 제발 그냥 보시고 이게 모야 이게 아니라 주위에 물어보세요. 모르시겠으면! 제발 좀!”(2006 부산비엔날레 cafe 2 전시장 도슨트)

눈 앞에 보이는 걸 믿지 마
아니 부정해 버려. 네모난 하얀 방은 허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모피어스의 빨간 알약을 주문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이미 네오처럼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이 네모난 하얀 방은 권력으로 충분한 불온한 방이다. 권력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제도와 자본과 국가가 제공하는 권위를 바탕으로 자의적인 것을 필연으로 변환하는 공간이다. 이 네모난 하얀 방 저편에선 권력이 당신을 강압하고 있다. 권력은 당신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가장 내밀한 당신의 육체에 그들이 생산한 의미체계를 주입한다. 이 네모난 하얀 방은 예술이란 이름으로 당신의 의식과 육체를 지배하고 가공하는 곳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비엔날레는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수준의 구조조정과 대량 실직의 발생, 항구화되어 가는 노동구조의 변칙과 파행, 소작농들의 구조적인 몰락, 빈부의 극적인 심화와 전지구촌적인 확산 같은 비극과 대참사에 대한 아우성의 대형 아울렛에 가깝다.”(심상용, “비엔날레는 문화가 아니다.”, 『월간미술』, 7월호, 2006)

미술관을 역이용해라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고 보면, 언제나 어퍼핸드(upper hand)는 관객, 당신이 쥐고 있다. 다만 이건 미술관의 진실을 볼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미술관이 쥔 패를 읽어라.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보면 보인다. 네모난 하얀 방의 얼굴을 한 이 불온한 괴물의 의지를 읽어라. 무서워하지 말고 다가서라. 이 괴물의 동공에 비춰진 것을 읽어라. 무엇이 보이는가? 좀 여유가 생긴다면, 그 눈에 비친 것들의 논리, 그리고 방향성을 읽어라. 이 괴물은 이상하게 당분간 비슷한 것을 보고 비슷한 것만 먹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괴물 역시 돈다발을 먹고 수십배의 황금똥을 싸는 자본주의적 괴물이라는 것이다. 미술관은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상호변환을 매개하는 장치이다. 그것이 변환하는 문화적인 것의 시장가치의 함수와 기울기를 읽어라. 미술관을 불평하기보다 옆에 꼭 붙어서 그것을 이용해라. 미술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먼저 미술관에 가라. 글 김동일 서강대 강사

by 아트레이드 | 2008/01/01 10:49 | [art+culture]societ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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