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무비_<폴록>

한 천재에 대한 완벽한 신화 <폴록>


<폴록>(2000)
감독 에드 해리스
출연 에드 해리스(잭슨 폴록), 마샤 가이 하든(리 크래즈너), 제니퍼 코넬리(페기 구겐하임)

알콜중독, 난삽한 여자관계, 종잡을 수 없는 성격과 행동, 열등감과 오만함이 중첩된 성격, 경제적 무능력 ……. 당신은 이런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까? 혹은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남편감이나 친구는커녕, 마주치기조차 싫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그가 ‘아티스트’라면 어떨까요? 그것도 20세기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천재’ 화가 중 한 명이라면?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물론 그의 ‘광기’를 모두 받아주며 살기는 힘들겠지만, ‘천재’라는 미명은 그의 상식에 벗어난 사고와 행동에 대한 완벽한 변명이 됩니다. 그는 이제 사회부적응자 대신,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독한 천재’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그의 모든 행동은 이제 이해받아야만 하는 대상이 되죠. 만약 그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한다면, 천재성은 의심받기 시작합니다. 그는 필히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이어야만 합니다. 제 정신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천재에 대한 신화는 더욱 더 강화됩니다.
영화 <폴록(Pollock)>(2000)가 묘사한 미국화가 잭슨 폴록은 천재 모델에 완벽히 들어맞는 인물이죠. 영화를 감독한 에드 해리스는 주연으로도 출연해 광기 어린 폴록을 유감없이 연기해주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폴록은 일상생활에서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한없이 망가져만 가는 나약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반면 그림을 그릴 때 완벽하게 몰입해 무아지경에 이르는 모습은 그의 일상적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천재성을 배가시킵니다. 영화는 폴록을 의도적으로 미친놈으로 몰아갑니다. 이것이 그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장치인 셈이죠.
폴록의 천재성을 부각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폴록의 ‘무지’입니다. 영화 속 폴록은 미술사나 미술이론에 대해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아내이자 미국의 주요 여류화가인 리 크래즈너가 그의 그림을 보고 한참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물론 그녀는 폴록의 그림을 설명해내지 못하죠. 폴록의 그림은 그 어떤 기존의 지식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좀 더 비약하자면, 그의 그림은 어떤 인간의 지식으로 접근 불가능한 경지임을 부각시키는 것이죠. 반면 폴록은 그냥 그림을 그립니다.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시에, 그딴 학문적 접근 따위는 우습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폴록은 느낌과 영감으로 시대를 앞선 기법을 구사하는 타고난 천재로 그려집니다. 무아지경에 빠져 물감을 캔버스에 마구 흩뿌리는 폴록의 영감이 충만한 모습. 영화 속 폴록은 그런 인물입니다.
상상력과 영감을 잃어버린 폴록의 비참한 최후는 천재화가에 대한 신화를 완성시킵니다. 영화는 폴록의 인간적인 면모와 그의 아내 리 크래즈너의 헌신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폴록의 천재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잃게 됩니다. 이는 감독이자 배우인 에드 해리스 역시 아마도 또 다른 방식의 창조와 예술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예술가는 천재이길 꿈꾸죠. 범인으로서는 초월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하게 될 때마다 이 욕망은 점점 커져 갑니다. 영화 <폴록>에는 감독이자 배우인 에드 해리스의 이 같은 갈망이 너무도 처절하게 드러납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천재로 살고 죽고 싶다는 욕망. 광기와 천재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는 한 걸까요? 분명히 있습니다. 있지만, 그 광기가 타고난 것은 아닙니다. 천재성 역시 마찬가지죠. 폴록은 분명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노력가였을 것입니다. 그의 그림 중 어떤 것 하나도 쉽게 나온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를 일상으로부터 유리시킬 수밖에 없을 정도로. 타고난 천재와 만들어진 천재. 당신은 어느 쪽이 옳은 것 같나요? 여하튼 타고난 천재든 만들어진 천재든 삶이 힘든 것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합니까?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천재의 삶과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 중에 말입니다. 저라면 ……. 글 모피어스(무비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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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레이드 | 2008/04/19 23:06 | [art+culture]movie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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