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9일
아트 무비_<엘펜리트>
키스를 기다리는 파괴의 요정

감독 칸베 마모루
원작 만화 오카모토 린

‘요정의 노래’는 어떤 느낌일까요? 요정이란 이름에 걸맞게 감미로울까요? 안 들어봐서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는 듣기 싫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요정들에게는 아름다운 음악일 것입니다. 난데없이 요정 타령이냐고요? 이번에 말씀드릴 작품이 <엘펜리트(Elfen Lied)>라는 저패니메이션이거든요. ‘엘펜리트’가 독일어로 ‘요정의 노래’라는 뜻이고요.
총 13화으로 구성된 시리즈물인 <엘펜리트>에는 ‘요정의 노래’라는 이름과는 달리, 요정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디클로니우스라는 돌연변이 신인류가 등장합니다. 이 신인류는 머리에 자그마한 뿔이 있고, 벡터라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습니다. 이 벡터는 사람 댓 명은 쉽게 죽일 수 있는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벡터에 접촉하게 된 인간의 자식은 디클로니우스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디클로니우스를 연구소에 격리 감금시킵니다.
영상은 첫 화, 첫 장면부터 충격적입니다. 나체의 소녀가 벡터로 사람들을 죽이며 시작되거든요. 이 소녀가 최초의 디클로니우스이고, 그녀의 벡터에 의해 디클로니우스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신인류의 ‘여왕’인 셈이죠. 첫 장면은 그녀가 감금되어 있던 연구소를 탈출하는 장면입니다. 탈출 후, 그녀는 기억을 잃고 코우타와 유카라는 소년과 소녀에 의해 구출되어 ‘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게 됩니다.
‘루시’! 뉴의 진짜 이름입니다. 뉴로 살던 루시가 기억을 되찾게 되죠. 도대체 그녀는 왜 그토록 인간을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애니메이션은 그녀의 각성과 함께 루시가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 줍니다. 뿔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차별받고 버림받은 어린 시절 루시의 모습을요.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여기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그녀의 과거는 코우타 및 유카와도 얽혀 있습니다. 사랑을 바라고, 사랑을 잃고, 사람을 죽이게 된 루시. 그 과정에서 보이는 디클로니우스 루시에서는 그 어떤 인간보다도 여린 인간의 모습이 보입니다.
<엘펜리트>의 비극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것은 바로 오프닝입니다. 단조의 슬픈 느낌과 성스러움이 뒤섞인 오프닝곡 <백합(Lilium)>을 배경으로 슬라이드처럼 넘어가는 씬들. 한 컷, 한 컷이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충족(Fulfillment)>부터, <물뱀 1(Water Snake 1)>, <다나에(Danae)>, 그리고 그 유명한 <키스(The Kiss)> 등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클림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의 주인공은 루시가 되기도 하고, 코우타가 되기도 하며 묘한 느낌을 줍니다.
서로 부둥켜 앉은 남녀, 남자가 여자에게 입 맞추기 직전의 긴장되고 관능적인 순간, 그리고 캔버스 가득한 금빛과 신비로운 문양들. 클림트의 <키스> 속 여인은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긴장된 발목에서 그녀가 살짝 흥분되어 기대감에 부풀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엘펜리트>의 오프닝에서는 루시가 그 여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키스를 기다리고 있는 루시의 모습. 디클로니우스 루시는 인간의 사랑을 그토록 원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왜 인간들은 모르는 걸까요? 단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괴물’ 취급을 하는 인간들의 잔인한 속내가 너무도 적나라하게 까발려져 가슴이 저려옵니다. 다시 그 상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비극의 연속.
역설적이게도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예쁜 그림체이기에 작품의 비극성은 한층 더해집니다. 인류를 파괴하려는 요정, 루시.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요정의 노래는 과연 아름다울까요? 참 우문입니다. 아름답지 않더라도 그것을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한 것을 아닐지. 당신 곁에 있는 요정은 키스를 바라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글 모피어스(무비고어)
# by | 2008/04/19 23:04 | [art+culture]movie | 트랙백(2)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아트 무비_<엘펜리트>
아트 무비_<엘펜리트>...more
제목 : Elfen Lied
Japanimation Column엘펜리트 (일본어: エルフェンリート, 독일어: Elfen Lied)제목만으로는 요정의 노래 하는 뜻이다.이름은 아름답지만 놀랍게도 이 애니는 고어물이다. 1화 시작하자마자 무서운 광경과 곧이어 적응 안되는 엄청난 괴리. -궁금하신분은 1화 2화를 시청해 보시라-진실로 매화마다 피가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이 이애니에 대한 감상을 굳이 남기는 이유는그안에 담긴 이야기가 웬지 슬펐기 때문이다.간단히 소개하면 돌연변이......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