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15일
아트 무비_<나 홀로 집에>와 <스크림>
뭉크의 <절규>, 같은 표정, 다른 느낌!

출연 매컬리 컬킨, 조 페시, 다니엘 스턴, 존 허드

출연 데이빗 아퀘트, 니브 켐벨, 커트니 콕스, 매투 릴라드, 스키트 울리히, 제이미 케네디
<나 홀로 집에(Home Alone)>(1990)와 <스크림(Scream)>(1996) 시리즈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가족용 코미디 영화와 공포영화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냐고요? 벌써 답이 들리는군요. 그렇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안 아플 모습으로 등장하는 매컬리 컬킨의 놀라는 표정과 <스크림> 속 살인자의 가면 말입니다. 공포에 질린, 아니 심리적 공황에 빠져 있는 그 표정이요. 대번에 알 수 있듯이, 이 표정은 바로 표현주의 미술을 가능케 했던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대표작 <절규(The Scream)>(1893)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입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나 홀로 집에>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케빈(매컬리 컬킨 분)의 표정과 뭉크의 그림 속 절규하는 인물의 표정은 영락없이 똑같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림 속 인물은 퀭한 볼에 흐리멍텅한 눈빛과 창백하고 칙칙한 낯빛을 가지고 있는 반면, 케빈은 통통한 볼에 반짝이는 눈빛, 뽀얀 피부를 갖고 있습니다. 케빈의 얼굴은 “나 어쩌지, 어떻게 하면 좋지?” 하는 귀여운 표정이었습니다. 덕분에 뭉크가 그림에서 표현하려 했던 탈진된 느낌이나 불안감, 끝없는 절규 등은 영화 속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죠. 원작의 느낌을 영화가 그대로 살려야 할 필요는 전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얼빵한 2인조 강도를 보고 놀라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성격 묘사와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영화 분위기에 적합한 변용이었다고 봅니다.
반면 공포영화 감독으로 유명한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 감독의 <스크림>은 제목부터가 뭉크의 작품과 같습니다. 영화 속 살인자의 가면도 뭉크의 작품 속 인물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살인자가 이렇게 놀라는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냐는 것입니다. 그 정황증거 중 하나는 살인자가 잘 넘어지고 쉽게 쓰러지기도 하면서도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나 희생양을 쫓는 모습에 있습니다. 어딘지 어설프고 못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이 불안정한 행동거지는 살인마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대변합니다. 즉, 살인이라는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마의 심리상태는 너무도 불안정하고,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나약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묘사하기 위해 극중 살인마의 행동 연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감독은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무척이나 고민했을 것입니다. 사람을 칼로 난도질하는 모습에서 이런 심리가 반영되기란 무척이나 힘듭니다. 더욱이 살인자의 얼굴이 결말까지 공개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살인마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가면을 이용하는 것은 완벽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절규> 속 인물의 표정을 닮은 가면은 무서운 살인마의 나약하고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는데 완벽한 소품이었단 말입니다.
뭉크의 <절규> 속 인물의 표정은 같습니다. 그런데 두 영화에 등장하는 표정의 느낌과 의미는 완연히 다릅니다. 물론 이는 애초의 뭉크가 표현하려 했던 것과도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뭉크가 표현하려 했던 절규하는 인물의 심리는 붉은 하늘 아래 다리 난간에 위태롭게 기대어 있는 뭉크의 그림 속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인물의 표정만 오려내면, 그것을 어느 상황에 어떻게 위치시키는가에 따라 원래 뭉크의 의도와는 다른 다양한 심리를 묘사할 수 있게 됩니다. 역으로 단지 인물 표정만으로 뭉크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감정이 표현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갑자기 뭉크의 <절규>가 더 위대해 지는 느낌이 듭니다. 문자 그대로 ‘끝없는 절규’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뭉크는 인물의 표정뿐 아니라, 그림의 구도와 배경, 그리고 색채까지 엄청난 고심 끝에 선택한 뒤에야 캔버스에 붓을 댔을 것입니다. 뭉크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을까를 생각하니 그의 그림을 보는 것보다 더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한편으로는 궁금해집니다. 과연 또 어떤 감독이 뭉크의 그림을 색다르게 변용해낼지. 같은 표정 속 무한한 다른 느낌이 기다려집니다. 글 모피어스(무비고어)
# by | 2008/03/15 22:59 | [art+culture]mov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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