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5일
예술계 내전은 이제 그만!
예술계 내전은 이제 그만!
유장관의 발언에 예술 단체들이 잇달아 반응했다. 3월 17일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이 ‘완장 찬 유인촌 장관은 망언의 폭력을 멈추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최초로 움직였다. 성명서에서, 염신규 민예총 정책기획팀장은 “유 장관이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며, “최근 유장관의 모습은 권력이란 낮술에 취해 폭력의 칼을 휘둘러대는 망나니를 보는 듯하다. 유장관에게 아직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인간적 양심이 있다면 자신의 망발에 대해 진심으로 자성하고 사과하라. 더불어 권력의 나팔수가 아닌 문화행정 수장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라”고 강경하게 문책했다.
18일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이 ‘문화권력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민예총의 성명서가 “진실을 호도케 할 우려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며, 권력이란 낮술에 취한 것은 유장관이 아니라, 김 관장과 김 위원장,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민예총이라고 반문했다.
정치싸움에서 예술계 내전으로
노무현 정권 대 이명박 정권의 싸움이, 김 관장과 김 위원장 대 유 장관의 싸움으로 번지고, 이것이 다시 예술계 내부 좌우파 싸움으로 번졌다. 정치 갈등에서 이제 문화예술계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된 것이다. 문화예술계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순진무구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과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 정권의 문화예술정책에 따라, 문화예술계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리고 자본을 얼마나 유치하는가에 따라 발전 가능성도 달라진다. 자본의 유치과정에 정치적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요컨대 예술과 정치, 경제는 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언쟁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싸움에서 사실이 없다
첫째, 이 싸움에서 ‘사실’은 행방이 묘연하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유장관의 발언 어디에서도 김 관장과 김 위원장의 결격사유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찾을 수 없다. 단지 김 관장이 정 전 학예실장을 해고한 것이 부당했다는 주장과 1기 예술위원회 위원으로서 연대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과연 정 전 학예실장이 해고되는데 김 관장이 부당한 일을 저질렀는가? 또한 김 위원장이 원월드뮤직페스티벌 사태와 관련해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확실한 근거는 무엇인가? 그가 코드인사인 명확한 근거는 무엇인가? 혹은 유장관의 주장처럼 재임 기간 중 문제가 두 기관장에게 있었는가? 지금까지 취재 결과, 아직 유 장관은 아무 것도 밝힌 것이 없다. 만약 그렇다면 유장관은 스스로 발언한대로 그들의 문제를 사실대로 낱낱이 고하길 바란다.
사실의 결여는 유 장관의 행보를 비판한 민예총의 성명서, 이에 대한 예총의 반대 성명서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사실이 제시되고 나서 그 사실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구체적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논쟁이 아닌 언쟁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진행되어야 할 두 기관장들이 현 위치에 적합한가를 둘러싼 논의는 실종되었다. 이 같은 언쟁은 소모전일 뿐이다.
예술과 정치
둘째, 예술계에 정치 논리가 개입해야 하는 방법과 절차가 있다. 우선, 유 장관은 기관장의 임기보장이라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정치적 논리로만 미술계를 장악하려 했다. 이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문화예술계는 정치장이나 경제장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문화예술계 내부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그들의 논리와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순서다. 예컨대 과학자들 간 논쟁에 정부가 개입하지는 않는다. 셋째, 정부는 문화예술계의 발전과 세계화를 우선시해야 한다. 현 정권은 그 어떤 정권보다도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현 정권의 정치 노선과도 가장 적합한 것이다.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발전적 논쟁을 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유 장관의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볼 때 예술계는 정권에 수동적 입장을 취하거나 예술계 내전만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오히려 정권이 예술계를 정치논리로 간섭할 여지를 크게 할 뿐이다. 본지 창간준비호 특집이었던 <미술과 정치>에서 미술계 한 관계자는 “미술인들은 오직 자기하고 관련있는 것에만 적극적이죠”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예술인이라면 예술계에 대해 고민하고 정말 이 시점에서 해야 할 논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논쟁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문화연대가 가장 현실적이고 정확한 발언을 했다. 문화연대는 유 장관이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코드인지를 먼저 말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공개토론을 촉구했다. 공개토론을 통해 시비를 가려야 할 시점이다. 우선 유 장관과 논쟁해야 한다. 현재 유 장관을 고발해야 하는 주체는 민노당이 아니라, 예술계이다. 김 관장과 김 위원장에 동조하는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다시는 이런 식으로 예술계에 개입해 폭력을 휘두르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 후에 예술계의 문제는 예술인 스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 민병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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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4/15 22:52 | Hot Issue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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