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장관의 자진사퇴 촉구, ‘사실적 근거’는 어디에?

유 장관의 자진사퇴 촉구, ‘사실적 근거’는 어디에?

유인촌 장관은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자진사퇴 촉구의 근거로 현 정권과의 이념 차이만을 든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위 내홍으로 김병익 위원장이 용퇴해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것인데 1기 위원으로서 연대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했고, 김관장은 “임명 초기에 정준모 학예실장을 쫓아낸 것은 지나쳤다”고 퇴진요구의 근거를 들었다. 따라서 이 근거가 사실이고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이 정말 코드인사라는 사실적 근거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김정헌 위원장은 연대책임을?
김 위원장 퇴진 촉구의 근거부터 살펴보자. 유장관이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근거인 ‘문화예술위원 1기 책임론’의 발단은 2007년 5월 ‘2007 원월드뮤직페스티벌’ 표류사태에서 시작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노무현 정권 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문화예술인 중심의 지원 기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 아래 추진되어 2005년 9월 29일 출범식을 했다. 2년이 채 안된 2007년 5월 17일 문화예술위원회의 내부갈등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기 위원 중 한 명인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은 “예술위 사무처가 10억원의 예산이 투여되는 국제행사인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을 위원회 승인이나 보고도 없이 추진해 왔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연행사 추진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었다. 이에 2007년 5월 25일 위원회 노동조합은 위원회 위원 전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유는 위원들의 “자기분야, 이해관계 등에 집착하는 의식과 행태만을 보여줬을 뿐이다. …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근본 원인도 위원회의 나눠먹기식 구조에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기로 했으나, 사태와 관련해 책임감을 느낀 김병익 1기 위원장은 건강악화 등의 이유를 들며 자진사퇴했다. 김병익 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당시 사태는 연간 1,000억원대의 문화예술위원회 예산을 둘러싼 문화예술계 하위 장르들을 대표하는 위원들의 장르 이권 갈등이 표면화된 사건으로 일단락되었다. 2007년 9월 공석이 된 위원장 자리에 김정헌 위원이 임명되었다.
여기서 유장관이 말하는 1기 책임론은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이 사태가 발발했던 2007년 5월 당시 11명으로 구성된 1기 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이었다는데서 기인한다. 즉,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을 둘러싼 사태의 책임이 비단 김병익 1기 위원장에게만 있지 않고, 1기 위원들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위원들의 임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05년 8월 26일 임명된 위원들의 임기는 3년으로 2008년 8월 25일까지다. 즉, 임기가 끝나지 않은 1기 위원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 위원장만 김병익의 사퇴로 인해 김정헌으로 부득이 교체된 것이다. 따라서 만약 유장관이 김 위원장이 1기 위원으로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위원회 위원들 모두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김 위원장은 코드인사? 증거는?
그렇다면 김정헌 위원장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인사였나? 당시 위원장 자리를 두고 문화관광부에 최종 추천된 후보는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구광모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등 이었다. 이 중 김정헌 위원이 위원장에 임명된 것이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임명과 함께 당시 “정부(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김 위원이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동아일보, 2007.08.31)했다.
당시 문화예술위원회 노동조합 역시 김 위원장의 선임과 함께 “위원회의 파행을 치유하고 올바른 위상을 정립해 나가려면 세상이 말하는 ‘코드’나 ‘장르’로부터 적정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공평무사함은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불가결의 필수 요건임이 분명하다”는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위원회 새 위원장의 격(格)과 요건’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2008.08.28). 한국미술협회(이하 ‘미협’)에서도 김 위원장의 취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2008.09.10). 미협은 성명서에서 “2007년 문화예술기금 신청에도 자신이 대표로 등록되어 있는 단체 3개 분야에 기금을 지원해준 사실이 있다”며 김 위원장을 편파 성향의 인물로 비난했다.
반면 민예총 염신규 정책기획팀장은 “김정헌 씨가 위원장이 된 것으로 전적으로 위원회 내부에서 당시 상황에 따라 순리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 일단 노조와 미협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노조와 미협이 주장하듯, 김 위원장이 장르 갈등의 문제, 문화예술계 내부의 자본을 둘러싼 다툼에서 공정한 인물이 아니라고 해보겠다. 그러나 이 점이 노무현 정권과 코드인사라는 ‘소문’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가? 문제는 이것이다. 미협과 노조의 주장과 근거를 100% 믿는다 해도, 김 위원장을 편파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비난을 할 수 있을 뿐, 코드인사로 비난할 수 없다. 그가 코드인사라는 그 어떤 사실적 근거도 없다. 게다가 이는 노조와 미협의 주장을 믿었을 때의 이야기고, 실제로 김 위원장이 편파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그들의 평가의 근거의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유 장관의 자진사퇴 발언에 대한 김정헌 위원장의 견해는 어떨까?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유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셔야지 않겠어요?' 그러면, 난 '아닌데요' 그걸로 끝이지. 어떻게 하겠나? 어찌 할 수 없다. 법이 정한 걸,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어찌 하면 그건 불법이 된다.”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표명했다. 유 장관에 대해서는 “한두 번 만난 바로는 점잖고 부드럽고 그런 개인적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유 장관이 정치적인 완장을 두른 채 그런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거에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 현장 예술인 출신이고, 현장 예술계를 제일 잘 아는 분이 어떻게 정치하고 문화예술을 그리 섞어서 얘기할 수 있는지 안타깝다”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김 관장의 부당한 혹은 정당한 정준모 직권면직, 진실은?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장관이 임명한 것이 아니라 공모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들어온 자리”라고 주장하며, 유장관의 사퇴 압박에 “법에서 3년 임기를 보장하는 자리인데 나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즉, 김관장 역시 형식적으로는 노무현 정권의 코드인사와는 무관해 보인다. 그렇다면 문제는 유 장관이 자진사퇴의 근거로 제시한 ‘정준모 전 학예실장의 해임이 부당했는가’로 옮겨간다.
사건은  2006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관장은 2006년 1월 23일 최은주 학예연구실장을 원래 재직하던 덕수궁 미술관장으로 돌려보내고, 전 학예실장이던 정준모 덕수궁미술관장을 실장 산하 조사연구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이후 3월 2일 김 관장은 정씨를 포함한 2명의 학예관을 직권면직시켰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관 징계철회를 촉구하는 모임’이 구성되고 “징계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해직, 징계에 해당할만한 부패, 독직 행위사실이 있었다면 이를 공개하라”고 김 관장에게 요구했다. 결국 사건은 소송으로까지 진행되었고, 1심에서는 정 전 학예실장이 패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4월 초 있을 예정이다.
김 관장은 당시 사건을 두고 “정 전 학예실장은 그동안 부정과 비리가 많아서 해고했고, 정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정 전 학예실장은 “김 관장이 저를 부정과 비리로 미술관에서 직권면직 시킨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 해직건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현재 2심 재판 중에 있는 사안으로 징계사유가 직무태만 및 위신손상 행위 등이었다. … 면직 후 미술관측이 문화부 감사실을 통해 저희 가족들의 통장 거래내역 등 금융조회를 하기도 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관장님이 모든 언론노출을 하지 않고, 미술관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해명할 부분만 대응했고, 입장 변화는 없다”고 전할 뿐이다. 다만 미술계 인물을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정준모를 해임하게 된 근거 자료를 현 여권인 한나라당으로 보냈다”고 한다.
김 관장과 정 전 학예실장 간 공방의 진실은 2차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유 장관에 따르면, “김 관장의 정 전 학예실장 해고는 심했다.” 즉, 김 관장이 정씨를 직권면직시킬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김 관장의 행위에 대한 판단은 이미 법정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고로 현 시점에서 김 관장의 행위가 심했는지 혹은 부당했는지 여부는 법정에서 판단할 문제지, 유 장관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유 장관이 정 전 학예실장의 해고건을 근거로 김 관장에게 사퇴를 요구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 만약 판결이 나기 전인 지금, 유 장관이 김 관장을 정 전 학예실장을 직권면직시킨 것을 근거로 해임한다면, 이 역시 증거 불충분이다. 글 민병교 기자

 

by 아트레이드 | 2008/04/15 22:51 | Hot Issue | 트랙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artrade.egloos.com/tb/16270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Gar-Dieu at 2008/04/20 17:51

제목 : <아트레이드 7호 핫이슈 2>유 장관의 자진사퇴 촉..
유 장관의 자진사퇴 촉구, ‘사실적 근거’는 어디에? ...more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