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5일
<안동에서 안녕을 묻다-영혼의 안식>_안동시민회관_4.25~5.4
‘밀원’을 꿈꾸는 이혁발의 아홉 번째 개인전
그대여, 몸이 지닌 쾌감을 온전히 즐겨라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적취향을 이해하고, 모든 감각들을 최대한 개발 활용하여 모두 다 행복하고 즐거운 아름다운 사회를 건설하고 싶다” 외치는 이혁발 작가가 아홉 번째 개인전을 연다. 근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가 늘상 말하는 이상사회, 즉 “몰랑몰랑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우며 달콤한 그리고 섹시한”, 또한 “감각돌기를 최대한 확장하여 풍요한 감성을 마음껏 즐기며, 최대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뻗은 뜨끈뜨끈한 촉수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2년 전 경북도 안동시에서도 한참 들어간 가매기마을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육감도’라 칭한 작업실 겸 개인 ‘밀실’을 꾸민 이혁발, 그의 새로운 작업이 궁금하다.
쾌감을 즐긴다는 것-‘육감도’에서 ‘극락전’까지
9번째 개인전이다. <안동에서 안녕을 묻다-영혼의 안식>은 어떤 전시인가? 입체사진(렌티큘러) 16점과 회화 5점을 전시한다. 30년을 서울에서 살다가 안동으로 내려와 살면서 자연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도 됐고. 영혼의 안식, 영혼의 평안을 나와 타인에게 물으며 작업 속에 평안의 세계로 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크게 풍경 연작과 변화 연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초현실적인 풍경에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후자는 얌자들의 영혼들에게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작업한 것이다. ‘얌자’란 무엇을 지칭하나? 내가 만든 단어다. 남자로 태어나 호르몬 요법 등을 이용해 여성적 외형으로 변화하고, 그 이후에도 남성기를 버리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얌자는 남성 속의 여성인 ‘아니마’가 무의식 속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현실에서 조화롭게 결합한 결과다. 진정한 실존, 자아실현의 참 실천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변화 연작은 이런 맥락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변태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작업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얌자의 몸은 직선과 곡선이 만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운 여성의 곡선미에 남성의 직선미가 섞여 있는 것에 어느 조각품의 아름다움이 대적할 수 있겠나. 또한 얌자의 몸은 성형의 미까지 가지고 있다. 변태의 매력(아름다움)은 우리가 통상 말하는 ‘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의 몸이 여성 호르몬을 통해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얌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일종의 행위미술이라고 본다. 이러한 변화의 쾌감,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다. 첫 개인전 <싱싱한 다리를 한입 깨물고-진지함의 우스움>에서부터 이번 전시까지 일관되게 나오는 주제 혹은 소재가 바로 ‘성(性)’이다. 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이고, 나의 삶이다. 삶을 성찰하려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사는 것인가’라는 화두 때문이다. 성은 인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소재다. 온갖 인간의 본성이 스며있는 것이 바로 성이다. 인간을 알고 나를 알고 싶은 구도의 방법 중 성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좋은 공부법이다. 또한 성 작업을 하면 나 스스로 즐겁다. 쾌감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야한다는 것이 나의 인생지론이다. 작업하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소재를 택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우리 모두가 자기 몸의 모든 감각돌기들을 동원해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정서를 받아들여 풍성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이 단지 도발적인 성 이미지로만 부각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도발은 전위작가의 전유물일 수도 있다. 반항, 파격, 틀 깨기는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쾌감의 발로다. 나는 인간들의 다양한 성적 활동과 성적 시각, 몸의 쾌감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서 나온 작품들은 지난 1995년부터 가져 온 ‘완전한 인간’에 대한 희구를 담은 것들이다. 풍경 연작으로 넘어가보자. 사실 ‘안동’의 풍경을 그렸다기에 좀 놀랐었다. 이전 작업을 보면서 풍경화와 같은 서정적인 작업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을 보니 역시나 원색의 초현실적인 풍경화더라. 풍경 연작의 이미지들이 약간 에로틱한 면이 없진 않지만 편안함을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웃음) 원색이라는 것이 건강하고 좋은 거 아닌가. 고갱의 원색은 편안하게 바라보던데. 나의 원색에 문제가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아까 말했듯 서울에서 30년 이상을 살아오다가 안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서울에 너무 오래 살았다. 전원생활이 그리워서, 이상향의 공간 속에 살고 싶어서 안동으로 내려왔다. 지금 살고 있는 안동 작업실 이름이 ‘육감도’다. ‘육’자는 고기 육, 숫자 육의 의미를, ‘도’자는 섬 도와 그림 도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미세한 피부세포의 감각까지도 일깨우며 감성이 풍부한 육체적 감각의 극치를 달리고 싶은, 그리하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온갖 과일나무를 심어 철마다 과일을 따 먹는 ‘지상극락’을 만들고 싶었다. 이상향의 공간, 즐거움과 쾌감이 있는 그런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 맨발로, 나체로 다니는 ‘밀원’같은 공간을 가지고 싶었지만 현실공간은 그렇지 못했다. 조만간 조그만 헌집의 수리가 끝나면 ‘극락전’이라는 현판을 달 계획이다.
충격 혹은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혁발 <amy> 입체사진(렌티큘러) 43cm×58cm 2008
이혁발 <화천서원2> 입체사진(렌티큘러) 81cm×56cm 입체사진 2008
# by | 2008/04/15 22:06 | Preview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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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은 전위작가의 전유물일 수도 있다. 반항, 파격, 틀 깨기는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쾌감의 발로다."
오랫만에 이혁발씨 전시 소식을 듣는군요.
제가 알기로 이혁발씨는 꾸준히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미술계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