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사진>전_메트로폴리탄 미술관_04.08~10.19

성찰적 사진에 주목하라!

Janice Guy <Untitled> Gelatin silver print with applied color 1979

얼마 전 지인들이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에펠탑부터 콜로세움까지 유럽 각 명소들을 담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어온 것을 보면 무척이나 즐겁고 뜻 깊은 여행 이었나보다. 일반적으로 사진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추억하고 싶은 외부세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 영원히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능력! 한편으로는 이것이 사진기의 설움이 아닐까 한다. 세상에 렌즈를 들이대어 열심히 찍어대는데, 정작 남는 것은 사진기 자신이 아닌, 그것이 생산해 내는 ‘이미지’다.
한편, 졸업사진이든, 여행사진이든, 일반적으로 이미 현상된 사진 어디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찍은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이는 사진을 찍는 주체가 숨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사진을 찍는 구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배경을 어디서 잘라낼 것인가, 피사체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등은 사진 찍는 사람의 의도대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사진 한 장만 놓고 이 모든 것을 추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덕분에 사진은 상당한 수준의 ‘객관성’을 담보하게 된다. 사실 사진에 담긴 이미지는 외부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은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거울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면? 이럼 이야기가 달라진다. 숨어 있던 사진기와 사진 찍는 내가 현상된 사진에 그 정체를 드러낸다. 이런 사진들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사진에 관한 사진: 1960년 이래 매체에 대한 성찰(Photography on Photography: Relections on the Medium since 1960)>이란 이름으로 4월 8일부터 시작된다.

거울 속 사진과 시간성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회화로 더 유명한 윌리엄 아나스타시(William Anastasi)의 <거울에 대한 9장의 폴라로이드 사진(Nine Polaroid Photographs of a Mirror)>이다. 아나스타시의 작품은 실제 거울 위에 거울을 찍은 사진으로 덮었다(그림 2 참고). 사진을 보면 사진과 사진을 찍는 사람의 모습이 다시 사진 위에 현상되어 있다. 아나스타시는 이렇게 피사체와 사진을 찍는 주체, 피사체와 사진 간 이분법을 붕괴시키는 작업을 선보인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흔한 시도일 수 있지만, 작품이 1967년에 완성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더 흥미로운 점은 총 9번째 사진 중 두 번째 사진부터는 그 위에 앞선 사진을 조그맣게 붙여놓았다는 점이다. 그냥 9장의 사진을 쭉 붙여놓았으면, 그 9장의 사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놓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치는 그의 사진에 다시 한 번 주목하게 하고, 틀린 그림 찾기처럼 사진들을 비교 ? 대조하게 한다. 잘 보면, 사진 속 작가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즉, 서로 다른 ‘시간’에 찍혔음을 보여준다. 같은 대상을 찍고 있지만, 시간에 따라 그 대상은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사진들의 배열에 ‘시간의 추이’를 부여함으로써, 사진이 가지는 시간성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진에 찍힌 과거의 대상과 그 대상의 현재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거울 속 사진과 관음
현재는 첼시 갤러리(Chelsea Gallery) 대표 머레이 가이(Murray Guy)의 아내인 제니스 가이(Janice Guy)의 사진 역시 아나스타시의 사진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그녀는 누드로 침대에 누워 거울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누드라는 점 때문에, 그것도 누드의 젊은 여인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점 때문에, 그녀의 사진은 에로틱한 느낌을 준다. 이 에로티시즘은 다시 ‘관음’과 연관된다. 사진기는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녀의 사진 속에서는 관음의 대상이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관음의 도구가 되어야 할 사진기가 그녀의 손에 들려 사진 속에 있다. 이 같은 관음의 주객전도는 사진을 보는 이에게 굉장히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이 외에도, 비토 아콘시(Vito Acconci), 로 에트리지(Roe Ethridge), 로버트 하이네켄(Robert Heinecken), 쉐리 레빈(Sherrie Levine), 로버트 메이플트로프(Robert Mapplethorpe),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 토마스 러프(Thomas Ruff), 카린 샌더(Karin Sander), 히로시 스기모토(Hiroshi Sugimoto),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스타급 예술가들의 사진작품이 대거 전시된다. 서로 완전히 달라 보이는 이들의 작품은 모두 한 주제로 통일된다. 미술관 사진부서 큐레이터 말콤 다니엘(Malcolm Daniel)의 말을 빌자면, “사진가들이 그들의 작품 속에서 매체 그 자체를 어떻게 성찰하는가를 보여주는” 전시다. 이상에서 언급한 작품을 포함해 모든 작품들이 각자 고유의 방식으로 사진과 사진기 그 자체를 성찰하고 있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파악하기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그만큼 남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고로 세상에서 자기성찰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이 점에서 본 사진전에 출품되는 작품들의 사상적 배경과 의도는 굉장히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거기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선정한 작품들이니 그 작품성 또한 상당한 수준 보장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새롭게 오픈한 현대사진 갤러리에서 하는 두 번째 전시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여러 가지로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전시다. 전시 기간 중 뉴욕에 갈 수 없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전시는 미술관 웹사이트(www.metmuseum.org)에서도 함께 진행된다고 한다. (+1 212 535 7710) 글 민병교 기자


 

by 아트레이드 | 2008/04/01 22:10 | Preview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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