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개인전 <비상국가>_독일 슈트트가르트 미술관_3.1~5.18

한반도의 현대사를 기록하는 사진작가 노순택 개인전

사진계를 넘어 현대미술계에 획을 긋다

 

“매국노라고 욕 먹을까봐 걱정이에요. 국가에서 지원해줬더니 유럽에서 한국을 비판하는 전시를 하니까 말이에요.” “하하. 그럼 독일에서 사시면 되잖아요.” “젊었으면 생각을 했겠죠. 그런데 가족도 있는데.” 3월 1일 슈트트가르트 미술관 개인전을 준비 중인 사진작가 노순택과의 통화 내용이다. 2008년 노순택은 3월 1일 슈트트가르트 미술관 개인전을 기점으로 함부르크를 거쳐 2009년 스페인 개인전까지 유럽 순회전이 줄줄이 준비 중이다. 여기에 독일의 유명한 예술전문 출판사에서 사진집까지 준비 중이다. 사실 그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전공하다 그만 뒀다. 유학 같은 것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그는 독일에서 전시를 하고 유럽순회전을 한다. 도대체 노순택이, 아니 그의 사진이 가진 힘이란 무엇일까?

 

위기의 매스게임, 그리고 위기의 한반도

슈트트가르트 미술관 전시는 “남북한의 갈등 상황에 대한 노순택의 사진적 해석”에 주목한다. 그래서인지 카드섹션을 포함 최근 보여줬던 북한 작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는 북한에 가서 북한을 찍었다. 그리고 고백한다. “나는 북한을 안다. 그러나 내가 북한에 대해 무엇을 아는지는 나도 모른다.” 한 걸음 더 나가, “너는 나의 거울이고, 나 또한 너의 거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그는 북한이란 거울로 남한을 꼬집는다. 그는 북한을 찍되 북한이 아닌 남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드러냄으로, 서로의 거울인 동시에 적일 수밖에 없는 남북한의 모순적 관계를 지적한다.

그의 사진에는 항상 이와 같은 모순의 지점이 담겨 있다. 매스게임을 찍은 작품을 보면, 동작이 틀리거나 박자를 놓친 사람들이 속출한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제각각인 매스 게임이 곧 북한이다. 그리고 허울은 좋지만 속이 멍든 북한은 곧 남한이다. 이렇게 그는 한반도 전체가 모순 덩어리임을 지적하고 나선다. 위기의 매스게임은 곧 위기의 한반도인 셈이다.

 

성찰의 힘

“여러 해 전부터 나는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의 양상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이 반세기 전의 전쟁과 어떤 관계를, 얼마만큼이나 가지는지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 나는 그들이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마저 보고 싶어 했다”고 노순택은 말한다.

이런 글을 보며, 노순택의 사진을 보며, 끝없이 그에게 질문했다. ‘도대체 당신이 뭔데 이런 비판적 시각을 던지는데?’ 그런데 <레드하우스 I-III> 같은 작품을 보며 질문을 멈췄다. 작품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주체와 피사체가 한꺼번에 담겨 있다. 노순택의 사진을 통해 이 아마추어 사진가의 뷰파인더에 무엇이 담겨 있을지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세계를 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와 함께 사진을 보며 ‘작가 역시 저 아마추어 사진가와 똑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자르고 포착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당연하죠”라는 짧지만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노순택은 자기의 사진 이미지 또한 자기 관점에서 구성된 현실임을 성찰하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노순택은 ‘내가 보여주는 게 진짜니까 이걸 믿어’라는 식의 인식론적 특권을 자신에게 부여하는 서투름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도 괴물’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너희도 괴물이야’라고 외친다. 노순택은 결코 내 사진이 진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보니까 너희가 보는 것이랑 다르더라’고 말할 뿐이다. 이렇게 그의 사진은 현실의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며 지배적 관점이 객관성을 보장 받은 관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노순택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이 성찰의 힘이고, 이는 그의 사진에 호소력과 설득력을 한층 실어준다.

 

“제 작품이 팔리겠어요?”

슈트트가르트 미술관 디렉터 한스 D. 크리스트는 “노순택은 사진이라는 미디어로 남북한의 상황을 미적으로 구체화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노순택을 한껏 추켜세운다. 노순택은 정말 사진을 잘 찍는다. 한껏 멋을 부린 메이킹 포토보다도 그의 보도사진에 가까워 보이는 스트레이트 포토가 더 멋지다. 한번은 사진 잘 찍는 노순택에게 물었다. “요즘엔 작품 좀 팔려요?” 노순택은 망설임 없이 “제 작품이 팔리겠어요?”라고 받아친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이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유럽 순회전을 한다고 가격까지 오르는 것은 아니니.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는 이미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우리의 현재 모습이 담겨 있다. 이것은 역사로 남을 것이다. 그는 한반도의 역사를 사진으로 담고 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역사를 꿈꾼다. 노순택의 작품에 슈트트가르트 미술관이 아닌, 아닌 한국인이 열광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다음에는 작가로부터 “너무 잘 팔려서 큰일이에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49 0711 22 33 70) 글 민병교 기자

 

전시기획자 한스 D. 크리스트(Hans D. Christ)와 인터뷰

노순택 사진의 어떤 점이 관심을 끌었나? 신보슬(토탈 미술관)을 통해 처음 노순택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많은 패셔너블한 한국 미술은 소위 디지털 세대의 이미지 머신의 이미지 리소스에 의존해 작업한다. 그러나 노순택의 사진은 다른 리소스를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실에 대한 그의 관점은 현대사회에 대한 그의 독특한 관점을 반영한다. 그래서 당신의 관심을 끈 노순택의 매력 포인트가 뭔가? 하나는 남북한에 대한 그의 정치/사회적 관점이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미디어로 남북한의 상황을 미적으로 구체화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감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그가 일련의 사진을 선택하고 조직하는 방식이다. 이를 보면 그가 사진의 역사적 사용과 현재적 사용을 얼마나 잘 꿰뚫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이 가지는 가치는 이러한 패러독스에 있다. 즉, 그의 매력 포인트는 그가 현실을 반영하는 급진적 방식과 사진예술 간 조합의 복잡성에 있다. 독일도 분단국이었다. 이 점에서 그의 사진을 보며 일종의 동감을 느낀 것은 아닌지? 동감이라기보다는 가까움을 느꼈다. 한편으로, 분단독일과 분단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독일과 달리 한국의 분단 상황은 내전으로 인한 것이었고, 이는 한국의 발전에 있어 굉장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다른 한편 두 국가의 상황은 비교 가능하다. 미국의 영향 하에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결과를 반영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서양-서양의 관계와 서양-동양의 관계 간 나타나는 문화적 동화의 차이가 있다. 이것에 대해 말하기는 참 까다롭다. 노순택의 전시가 이에 대한 논의를 촉진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중반까지 독재정권이었던 스페인에서 쿠바 출신 디렉터 이반 델라 누에즈(Ivan de la Nuez)이 기획하는 노순택의 전시가 매우 궁금하다. 예술사진계에서 노순택의 위치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그를 사진계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나는 그의 작품이 현대미술계에서 생각보다 훨씬 강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마크 탠시, 스탠 더글라스 같은 작가들에 견주어 본다면 노순택은 상대적으로 젊은 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의 위치에서 가야 할 최선의 길을 가고 있다. 노순택의 사진에 대한 독일 내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 그의 200여 점의 작품들이 동시에 전시되는 이번 개인전 이후에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노순택의 작품을 전문가들에게 보여줬을 때의 반응은 엄청나게 좋았다.

by 아트레이드 | 2008/03/01 20:26 | Preview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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