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5일
Jan De Cock 개인전 <Denkmal 11> Museum of Modern Art 1.23~4.14
개봉박두! 모마(MoMA) 판 범죄의 재구성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이 누구인지 미궁에 빠지고, 아무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바로 이때, 명탐정 셜록 홈스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한다. 곧 홈스의 머릿속에는 사건의 전말이 청사진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묘미는 바로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바로 이 순간 느끼는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이 있다. ‘증거는 결코 입을 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홈스는 사건을 목격하지도 않은 범죄의 시나리오를 완벽히 재구성해내는 것일까? 산재한 증거들을 통해 전체 스토리를 구축 및 재구축하고, 다시 이 스토리를 통해 또 다른 증거물들에 의미부여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탐정은 ‘진실’의 몽타주를 완성해낸다. <Denkmal 11>(모마 2008.1.23~20084.14)의 주인공 얀 드 콕 탐정은 셜록 홈스만큼의 활약을 보여 줄 것인가?
수수께끼: Denkmal + 숫자?
2008년 1월 23일, 유럽의 문제작가로 떠오른 얀 드 콕의 뉴욕 모마(MoMA; Museum of Modern Art) 첫 개인전 <Denkmal 11>이 록산나 마르코시(Roxana Marcoci)의 기획으로 열린다. 전시를 위해 드 콕은 미술관 건물 내외관, 컬렉션 등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곤 이들을 커다란 제본에 조합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건축, 사진, 영화사에서 추린 주요 사진과 병치하는 설치작업을 했다. 작가는 <Denkmal 10>(드 아펠 2003), <Denkmal 1a>(루이 캄파냐 갤러리 2004), <Denkmal 7>(시린 쿤스트할레 2005), <Denkmal 53>(테이트 모던 2005) 등 같은 이름의 전시를 수차례 했다. 도대체 ‘Denkmal’의 정체가 무엇일까? 전시를 푸는 열쇠는 ‘Denkmal’이라는 제목과 드 콕 탐정, 그리고 미술관의 삼각관계에 있다.
드 콕 추리물의 범인은 모마!
‘Denkmal’은 기념비(monument)를 뜻하는 독어다. 그리고 전시 제목에는 ‘Denkmal’ 다음에 알 수 없는 숫자가 붙어 있다. 모마 개인전 <Denkmal 11>에서 11은 미술관의 번지수다. 다른 전시제목에 있는 숫자도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위치한 번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념비 11은 바로 전시가 열리는 모마를 칭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전시작은 그 기념비의 몽타주를 담고 있다? 드 콕 탐정은 범인부터 지목하고 시작한 것이다. 범인은 모마! 진짜 미스터리는 범인이 어떤 범죄를 어떻게 구성했는가이다. 즉, 모마가 꾸민 일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 작가가 전시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 열쇠는 ‘Denkmal’의 또 다른 외연에 있다.
모마가 꾸민 현대미술사의 전말
드 콕은 플라망어(네덜란드 방언)로 ‘Denk’는 “생각하다(think)”로, ‘mal’은 “틀(mold)”로 번역됨을 강조하며, ‘사고틀’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기념비와 사고틀 사이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에 작가는 “세계에 대한 틀을 만들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정신을 포착하고자 한다. 결국 이는 우리의 기념비적 집합 기억에 대한 것이다”라고 답한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자. 전시제목과 같은 <Denkmal 11>이란 이름을 단 작품들은 두 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서로 다른 앵글에서 모마의 면면을 찍은 사진들을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장면들과 섞어 ‘영화 기법’을 이용해 연속적으로 배치한다. 이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플롯이 존재하는 한 편의 콜라주영화인 셈이다. 작가는 미술관과 현대미술사에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모아 ‘어떤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고 있다.
그 사건은 바로 모마라는 사고틀이 구성한 현대미술사다. 즉, 드 콕 탐정은 모마의 컬렉션, 전시구성, 건물을 통해 현대미술사가 모마의 관점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비슷한 전시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지속적으로 해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미술사와 현재 미술의 지형도를 그리는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날고 기는 범인들의 서로 다른 유형의 범죄를.

범죄의 재구성, 진짜 범인은 드 콕 탐정?!
그렇다면 여기서 포토몽타주와 설치로 모마의 현대미술사를 보여주는 드 콕의 관점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드 콕 탐정 역시 그의 사고틀 안에서 모마의 현대미술을 서술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이해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추리 역시 그 흐름의 한 지점에 위치할 뿐이다. 여기에 드 콕 추리물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드 콕이 작품을 통해 밝히고 있는 모마가 꾸민 현대미술사는 사실 모마가 꾸민 것이 아닌, 드 콕 탐정이 그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모마가 꾸민 것처럼 보이는 모마의 현대미술사를 꾸민 실제 범인은 모마가 아닌 드 콕 탐정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연 사건의 결말은?
전시의 재미는 작가의 관점에서 모마의 현대미술이 어떻게 해체되고 재구성되는가에 있다. 그런데 드 콕은 ‘왜 하필 모마에서 모마를 소재로 하는 전시를 할까?’라는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자그마한 한국에서도 영세한 갤러리에서 그것이 보는 현대미술 이야기는 왜 안 하나? 왜 하필 테이트였고 모마인가? 질문에 작가는 “모마의 위대한 컬렉션과 그 독특한 공간이 내 작업의 실질적 부분을 구성한다”며 모마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다. 동시에 그 위대한 모마를 담고 있는 자기 작업을 자랑한다. 도대체 작가가 말하는 모마가 가지는 위대함은 무엇일까? 모마의 위대함은 그것이 현대미술의 제도적 중심지 모마라는 사실 자체에 있다. 작가는 모마의 관점을 해체하는 동시에, 재구성의 과정에서 자신을 현대미술의 기념비 모마에 포함시키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범인 드 콕이 모마의 현대미술사를 재구성하는 목적이다. 미술관의 파괴와 구축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탐정과 범인의 두 얼굴을 한 작가가 펼치는 심리적 갈등! 과연 모마의 절대성을 파괴하고픈 드 콕과 모마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드 콕 중 누가 이길 것인가? 당신이 드 콕 탐정이라면, 아니, 범인 드 콕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과연 드 콕의 추리물 <Denkmal 11>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 (+1 212 708 9400) 글 민병교 기자
# by | 2008/01/15 20:24 | Preview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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