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7일
미술품 투자 예산을 정해두라
취향에 속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

아무런 준비 없이 마트에 가는 사람이 있다. 마트에는 꼭 필요한 물건 외에도 유혹하는 것들이 많다. 쇼핑을 하다보면 쉽게 ‘지름신’의 부름을 받는다. 하나둘 물건을 챙긴다. 계산을 한다. 정작 필요한 물건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시일이 지나면서 버리는 음식물도 있다.
반대로 구입할 품목을 일일이 수첩에 적는 사람이 있다. 충동구매를 예방하게 위해서다. 견물생심. 매순간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계획을 세우면 다르다.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게 된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후회하는 일도 없다.
예산책정이 효자다
생활의 노하우와 미술품 투자 노하우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하지만 낯선 분야에 들어서면 ‘초보’가 된다. 초보자는 일단 의욕이 앞선다. 몇 낱의 지식을 바탕으로 낯선 분야를 더듬는다. 장님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 식이다. 아는 만큼만 본다. 그래서 충동구매에 이끌리기 쉽다. 선뜻 부담스러운 가격의 미술품을 구매한다. 기분이 좋다. 하지만 한동안 생활이 어려워진다. 후회하기 시작한다. 미술품 수집에 대한 열정에 금이 간다.
주의할 일이다. 속담처럼 처갓집과 화장실만 멀리 있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충동구매도 멀리 할수록 좋다. 미술품 투자는 일회용 커피 주문과는 다르다. 손익이 따르는 현실이다. 안목이 생기기 전까지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해야 한다. 충동구매는 금물이다. ‘충동’은 객관적인 판단력을 흐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이 필요하다.
일정하게 구매예산을 책정한다. 자신의 경제능력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의 비용이 적당한지 계산을 뽑아본다. 그리고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살 것인지 정보를 수집한다. 경매장도 좋고 아트페어도 좋다. 발품을 팔아서 예산에 맞는 작품을 찾아보면 된다. 더불어 필요한 것이 있다. 예산을 초과하는 미술품은, 아깝지만 포기한다는 각오다. 자제력을 키우는 자세도 중요하다. 미술품을 오래 사랑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술품 투자는 장기전이다.
충동구매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의 충동구매다. 미술품을 둘러싸고 있는 시장의 현실에 어두운 상황에서 하는 구매는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미술계의 동향이나 미술시장의 현실에서 작품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안목 있는 사람이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다르다. 이들은 특정 미술품에 ‘충동’을 받으면, 안목과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안목이 생기면 ‘충동’은 ‘직관’이 된다.
자기취향에 속지 말자
이와 관련하여 명심할 것이 있다. 미술품을 살 때, 자기취향에 사로잡히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집안에 걸어두고 마음 편하게 감상할 미술품이라면, 취향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투자처의 하나로 미술품을 본다면 그래서는 곤란하다. 자기취향보다 시장의 취향에 무게를 둬야 한다. 여기서 시장의 취향이란 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의 경향을 뜻한다. 자기취향과 시장의 취향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러 일치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한 평론가의 이야기다. 그는 미술사적으로나 작품성 면에서나 추상적인 경향의 작품을 옹호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집안에 걸어두고 싶은 작품은 달랐다. 예쁜 정물화라고 했다. 농담조였지만 내심 놀랐다. 그렇지만 작품을 구입한다면, 미래의 가치를 고려하여 추상적인 경향을 구입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도 개인적인 취향과 투자 작품을 분리한다. 초보자에게 신중함은 미덕이다. 무엇보다도 자기취향과 시장의 취향을 분리해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취향은 주관적이다. 주관성은 개인의 고유한 세계여서, 미술품이 처한 시장 상황과 별개일 수 있다. 주관성은 고삐 풀린 망아지다. 위험하다. 망아지의 고삐는 시장의 말뚝에 묶여 있어야 안전하다. 그래야 미술품을 구입한 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
귀 기울이고 눈여겨보자
문제는 자기중심적인 취향을 어떻게 담금질해서 객관성을 보충할 것인가다. 궁금하다. 객관적인 시각을 보완하기 위한 고단백 ‘보충제’는 없을까? 아니다. 있다. 귀 기울이고, 눈여겨보면 된다.
먼저 귀담아 듣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에 전문 조언자를 많이 두는 것이 좋다. 조언자의 수만큼 폭넓은 시장정보 수집이 가능하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일반인이 접할 수 없는 고급 시장정보는 미술품의 미래에 대한 적확한 진단과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미술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곳이다. 정보를 알면 알수록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경매 관련 자료든, 잡지나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서든 정보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눈여겨보기다. 안목을 키우는 데는 미술품을 많이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실제 작품을 보러 다니면서 눈을 높여야 한다. 언제까지 전문가의 조언에만 기댈 수는 없다. 그것을 육화시키려면 직접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유명 화랑과 경매장, 아트페어 등의 전시회나 행사 정보를 숙지했다가 찾아가보면 된다.
이렇게 귀와 눈을 단련시키면 취향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다. 자기 취향을 건강하게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 그때까지는 자기취향을 믿어서는 안 된다.
결국 충동구매와 자기취향을 길들이는 것은 마구 날뛰는 소에 코뚜레를 하는 것과 같다. 코뚜레를 하면 소를 순하게 다룰 수 있듯이 스스로 코뚜레를 뚫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길을 들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
# by | 2008/04/17 17:11 | [Art Market]미술품투자가이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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