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에게 적당한 미술품 구입 자금

그림 사는 데 돈 얼마 쓸래?

한 달 월급으로 시작할래!




“당신은 옷이든지 그림이든지 어느 하나는 살 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주 간단해요. 아주 부자를 빼놓고는 그 어느 누구라도 한꺼번에 두 가지를 다 살 수는 없어요. 입고 있는 옷차림이 유행에 좀 뒤진다 해도 신경 쓰지 마시고 튼튼하고 편안한 옷을 사세요. 그러면 당신은 절약된 그 돈으로 그림을 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대로 된 양복 한 벌 사지 않는다 해도, 제가 갖고 싶은 피카소 그림을 살 만큼의 충분한 돈은 없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피카소는 당신에게 맞는 값이 아니죠. 당신 또래, 말하자면 (중략) 당신의 동년배들의 그림을 사세요.  (중략) 젊은이들 가운데는 언제나 좋은 화가가 있기 마련이죠.”


헤밍웨이의 1920년대 회고록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에서 미술품 컬렉터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젊은 헤밍웨이에게 그림을 어떻게 사는가를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조언을 확인할 수 있다. 돈을 절약해서 그림을 구입하라는 것과 비싼 작가들 말고 동년배 작가의 비교적 저렴한 그림을 사라는 것이다. 이것이 헤밍웨이가 궁핍했던 시절의 조언임을 감안하면, 이런 조언은 지금도 여전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시작하기


‘그림은 부자들만 사는 것이다!’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 중의 하나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미술품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의문이 생긴다. 삶이 여유롭지 못하면 작품까지 구입하지 못할까? 아니다. 미술품 컬렉션은 월급쟁이 직장인도 할 수 있다. 적은 금액이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일반 직장인이 처음으로 미술품 컬렉션에 나설 때, 어떤 자금으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까?


첫째, 매달 월급에서 일정액을 따로 모은다. 즉 연간 미술품 구입예산을 미리 책정해서 조금씩 저축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몇 점 정도의 작품을 구입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 과욕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봉 대비 10-15%정도의 비용이 적당하다. 한 달치 월급 정도의 예산이면 된다.


그러지 않고 무리해서 고가의 작품부터 구입하면 생계가 곤란할 수도 있다. 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예산보다 비쌀 경우 욕심을 접는 자세도 필요하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우선 지출 가능한 금액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적은 금액이라면, 정보를 수집해서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사면된다.


둘째, 상여금을 활용한다. 첫 번째 방식으로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 상여금으로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는 상여금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우아한 방법’이다. 일반 공산품은 시간이 흐르면 물건이 ‘똥값’이 된다. 하지만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매일 보고 즐기면서 덤으로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셋째, 예산에 상여금을 더한다. 이는 앞의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한 방식이다. 원하는 작품이 예산보다 비쌀 경우는 상여금을 예비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산+상여금’이면, 예산보다 비싼 원하는 작품을 보다 쉽게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돈을 빌려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초보자가 자신의 재정 상태나 부채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 상승 기대만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서 구입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이들 방식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일 년에 1-2점정도 구입해보자. 그림을 전시장에서 감상하는 것과 구입해서 감상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구입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른다. 작품이 주는 짜릿한 쾌감을 유추해볼 수도 없다. 구입하면 작품에 대한 애착이 끈끈해진다. 해당 작가와 유사한 스타일의 작품 따위를 공부하게 된다. 일간지 미술기사며, 미술잡지, 미술 단행본 따위를 들여다보고, 미술시장의 동향에도 관심을 갖는다. 작품을 한 점 구입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두터워진 미술교양과 안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5년 혹은 10년 동안 지속한다면 최소 5점, 혹은 15점 정도는 컬렉션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쌓은 안목과 노하우로 틈틈이 수익과 관련된 작품에도 본격적으로 투자하면 된다.


초보 딱지를 떼기 위한 ‘수업료’


초보운전자가 도로주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별도의 주행교육을 받아야 한다. 도로의 모양, 차선, 교통신호 등을 실전에서 익혀야만 무사고 운전이 가능하다. 작품 구매도 자동차 운전과 다를 바 없다. 한 사람의 미술품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과정과 학습비용이 든다. 그 중에서도 초보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저렴한 작품을 구입하면서, 그것을 큰돈을 벌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100만 원짜리 미술품을 구입했다 치자. 얼마 후 작품 값이 두 배가 올랐다. 100만 원짜리가 200만 원짜리가 된 것이다.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매매할 경우, 작품이 판매되면 낙찰가의 8-15%가 수수료다. 또 작품당 10만 원쯤 하는 출품료와 보험료는 물론 작품운송료도 별도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별로 없다.


그런 만큼 소액의 작품은 초보 딱지를 떼기 위한 수업료쯤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초보자는 먼저 장·단기의 계획을 세워서 투자할 예산을 짠 뒤, 지출 가능한 자금 안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스타인이 젊은 헤밍웨이에게 한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자.


“피카소는 당신에게 맞는 값이 아니죠. 당신 또래, 말하자면 (중략) 당신의 동년배들의 그림을 사세요. (중략) 젊은이들 가운데는 언제나 좋은 화가가 있기 마련이죠.”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

by 아트레이드 | 2008/04/17 16:57 | [Art Market]미술품투자가이드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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