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 할 미술품의 두 얼굴

 미술, ‘고상함’과 ‘투자가치’ 모두 지닌 아수라 백작


피카소 <황소머리> 아상블라주



‘미술품 투자, 즐기면서 하자.’ 창간준비호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즐기지 않는 미술품 투자는 위험하다. 애정 없는 연인 사이처럼 위험하다. 즐겨야 한다.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미술품의 두 얼굴'을 통해 '본게임'으로 들어간다.<편집자>


색종이가 아파트 한 채 값?


파블로 피카소의 걸작 중에 「황소머리」(1943)가 있다. 버려진 자전거 안장에다가 핸들을 거꾸로 붙인 작품이다. 핸들은 뿔이 되고 안장은 황소얼굴이 된다. 유머러스한 시각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창의력’을 거론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들먹이는 작품이다. 재료라고 해봤자 ‘안장’과 ‘핸들’이 전부다. 고물상에서 공짜로 얻을 수도 있는 것들이다. 아니면 몇 푼 쥐어주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피카소는 길에서 주웠다. 버려진 자전거 안장과 핸들의 결합, 그리고 '황소머리' 라고 붙인 제목. 그가 한 작업의 내용이다. 이런 작품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앙리 마티스의 「웅크리고 앉아 있는 푸른 누드Ⅳ」(1952)는 어떤가? 한쪽 다리에 팔을 괴고 앉은 푸른색의 누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파란 색종이를 가위로 오려서 조각조각 붙인 것이다. 색종이를 오려 붙인 자국이 선명하다. 마티스가 70대에 결장암 후유증으로 앓아누웠을 때 개발한 색종이 작품 중의 하나다. 재료는 색종이와 가위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이 역시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아이들 장난 같은 이들 작품의 엄청난 가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산품을 계산하는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몇 푼 안 될 재료로 고급 아파트 한 채 값을 만들다니, 그 ‘마술’에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미술품의 두 가지 속성


미술품을 수집하거나 투자를 하려면, 우선 미술품의 속성부터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단한 폐품과 색종이가 미술품이라는 이유로 기천만 원씩 하는 사실은 영원히 납득할 수 없다.


미술품은 양면성이 있다. ‘예술품’이면서 ‘상품’으로 기능한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미술품의 두 가지 속성 중에서 ‘예술품’에만 의미를 둔다. ‘고귀한’ 정신의 산물인 예술품을 ‘추한’ 돈으로 환산하는 행위를 아름답지 않게 생각한다. 자칫 속물로 보일까봐 돈 이야기를 피한다.


미술품이 ‘예술품’인 것은 상식이다. 한 작가가 오랜 시간 쏟아 부은 정신적인 노동의 결실이 작품이다. 즉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무형의 세계를 물감(오브제)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작품의 가치는 물질화된 형상에 밴,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다. 그 세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술사, 사회·문화적인 배경, 개인사 따위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접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치다. 공산품처럼 눈에 보이는 실물이 가치의 전부인 단순한 세계가 아니다. 캔버스에 한두 번 내리그은 선에서 우주를 이야기하고 삶을 언급하는 형이상학의 세계인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장에 걸린 미술품은 분명 예술품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미술시장에서는 다르다. 고상한 예술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그동안 숨겨둔 상품의 마성을 드러낸다. 또 누군가가 작품을 샀다면, 그것은 구매자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미술시장도 일반 시장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작품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미술품은 일반 상품과 구분되는 독특한 점이 있다. 크기와 재료 따위의 물질적인 요소 외에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형이상학적인 요소는 작품성, 작가의 명성, 미술사적인 위상, 소장기록, 시대배경, 투자가치 따위의 비가시적인 요소를 말한다.


이들 중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어느 쪽일까? 고정된 물질적인 요소보다 변수로 작용하는 형이상학적인 요소다. 이 부가적인 요소들 어우러지면서 놀라운 ‘마술’이 빚어진다. 미술품을 공산품처럼 일률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작품의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상승하고 적으면 하락한다.


미술품 투자의 어려움은 이런 양면성에 있다. 예술품이기 때문에 향유하는 맛이 있어야 하고, 상품이자 자산이기에 일정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 투자하는 과정이 아무리 즐겁더라도 되팔 때의 차익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술품 투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세상에 하나뿐인 원작을 ‘독점’하는 맛이다. 둘째, 집에 걸어두고 즐기는 가운데,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매일 시세를 보며 가슴 졸이는 주식과 다르다. 미술품 투자는 가격이 오르는 동안 가슴을 졸일 필요가 없다. 몇 년 감상하다가 지루하면 가격이 올랐을 때 팔면 된다. 셋째, 각종 세제혜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술품을 사고 팔 때 부동산과 달리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토지나 건물처럼 재산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양도용이나 상속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생활의 질적인 변화다. 작품을 보며 누리는 사유의 즐거움은 건조한 일상에 윤기를 돌린다.


미술품의 보이지 않는 가치


피카소는 기발한 생각만으로 「황소머리」를 만들었을까? 아니다. 그것은 피카소의 작품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페인 태생인 피카소에게 황소는 ‘투우’와 연관되어 있다. 이중섭의 황소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듯이. 피카소에게 황소는 「게르니카」(1937)의 비극을 낳은 에스파냐의 영원한 상징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그린 「게르니카」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소재 또한 황소다.


마티스의 「웅크리고 앉아 있는 푸른 누드Ⅳ」도 단순한 색종이 작품이 아니다. 색종이의 푸른색은 프랑스 휴양지 니스의 바다색을 상징한다. 또 누드의 포즈는 서구의 유구한 누드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 이 작품은 마이욜의 청동조각 「지중해」(1901)에 등장하는 누드와 포즈가 닮았다. 마티스의 바다색과 같은 ‘지중해’라는 제목의 상징성도 의미심장하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잠재된 전통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들 간단한 작품이 비싼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저한 무형의 가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고가(高價)의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 소장은 이런 무형의 가치를 소장하는 일이다.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

by 아트레이드 | 2008/04/17 16:48 | [Art Market]미술품투자가이드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artrade.egloos.com/tb/162073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