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7일
미술품 컬렉션으로 연주하는 ‘즐거운 인생’

1. 오직 그것뿐! 미술품의 수많은 가치 중의 하나는 유일성이다(물론 복제 가능한 판화와 비디오 작품 등도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공산품 통치하에서 더욱 빛난다. 작가의 체취가 밴 마티에르와 붓질의 표정, 물감을 먹은 화폭의 미묘한 질감 등은 원작만이 줄 수 있는 특징이다.
미술책과 화집에 인쇄된 도판은 원작의 맛을 결코 보여주지 못한다.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도판일지라도 ‘원작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술품은 크기가 주는 감동도 내용이 주는 감동 못지않게 중요하다. 크기가 축소된 도판은 원래의 크기를 상상하며 감상해야 한다. 그 황홀한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도판은 원작의 영원한 ‘짝퉁’일 뿐이다.
미술품 수집으로 빚은 명품인생
2. 전시장에서 하는 감상은 작품과 ‘눈인사’만 나눈 채 끝나기 쉽다. 물론 전체 작품과 개별 작품이 주고받는 내밀한 숨결이 평생 잊히지 않는 감동을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구입하면 곁에 두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감상할 수 있다. 삶의 동반자로서 작품을 음미하는 과정은 곧 사는 과정이 된다. 더불어 작품에 대한 사유의 폭도 깊고 넓어진다.
“살아오면서 작품을 선택했던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투자목적으로 그림을 모은 것도 아니었고 즐기기 위해 그림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컬렉터 P씨)
“한 가지 기준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작품이면 선택하는 편이지요. (중략) 현재로서는 나를 위한 컬렉션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훨씬 중요하지요. (중략) 그런데 저는 음악이나 미술이나 작가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 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감상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컬렉터 K씨)
“저는 작품 자체가 거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작품을 통해 제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죠. (중략) 시간에 따른 변화들이 작품 안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시간이 지나서 이 작품들을 보았을 때 제 이상과 신념, 지적 탐구의 깊이 또는 변화과정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컬렉터 강태성)
“예술이 저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부터 제 삶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중략) 사실 저는 모든 작품에 다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작품을 구입했던 기억, 만났던 작가들에 대한 기억,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함께 갔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귀중합니다.”(컬렉터 토시코 페리에)
이는 지난 4월에 열린 <컬렉터의 선택: 컬렉션 2>전에 출품한 컬렉터들의 고백이다. 이 전시회는 컬렉터들에게 일정한 공간을 할애해서 수집한 작품을 전시하게 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과 성향, 개인적인 호기심에 따라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우환과 장욱진, 권진규의 조각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거나, 젊은 작가의 작품을 수집한 경우, 비디오 작품을 수집한 경우 등 컬렉션 목록이 다채로웠다. 이들은 컬렉션 목적이 미술품을 통해 ‘즐거운 인생’을 누리는데 있음을 개성적인 수집품으로 보여준다. 머릿속에 ‘상상의 미술관’을 소유한 이들의 자부심은 가을들녘처럼 풍요롭다.
음악이 일으킨 고개 숙인 삶
3. 세 명의 중년남자가 있다. 직장에서 정리 해고된 백수와 낮에는 퀵서비스,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바쁜 가장, 그리고 중고차 판매로 유학 간 자식과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기러기 아빠’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대학시절 4인조 록밴드를 결성하여 대학가요제에 출전할 만큼 음악적 열정이 있었다. 하지만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은 접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서 지리멸렬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록밴드의 멤버였던 한 친구의 돌연한 죽음으로 그동안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연주하기 시작한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기죽은 40대 남성들이 록밴드를 만드는 영화 <즐거운 인생>은 사회의 비주류 인생들이 음악 하나로 세상의 중심에 서는 이야기다. 세 친구에게 음악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마약’이다. 악기를 만지고 목청껏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신명에 겨워 발광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흔쾌히 한다. 부지런히 자식들의 학원비를 벌어야 한다. 그런 그들에게 음악은 현실의 신산함을 잊게 하는 무릉도원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음악 속에서 삶의 활력을 충전한다. 그리고 충전된 건전지처럼 싱싱한 표정으로 일상에 복귀한다. 그들에게 삶의 신산함을 견디게 하는 것은 자식도 아내도 아닌 음악이다. 음악은 비아그라다. 자본주의의 수레바퀴 속에서 고개 숙인 가장들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자양 강장제’가 바로 음악이다.
미술품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작품을 구입하여 즐기는 것 모두 고단한 삶 속에서 ‘즐거운 인생’을 누리기 위한 마음의 처방전인 것이다. ‘베테랑 컬렉터’들은 미술품 컬렉션을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즐기면서 하는 미술품 투자
4. 왜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순수하게 미술품을 즐기기 위함이거나 수익이 보장된 투자가치 때문이다. 앞으로 살펴볼 미술품 투자는, 무엇보다도 이런 즐기기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자는 말한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
# by | 2008/04/17 16:40 | [Art Market]미술품투자가이드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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