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작품이냐/아니냐?

 

Constantin Brancusi <Bird in Space> 1924

The Louise and Walter Arensberg Collection, 1950

Philadelphia Museum of Art



Waite        이것을 무엇으로 부릅니까?

Steichen  조각가는 ‘oiseau’, 새라 부릅니다. 저도 똑같이 ‘새’라고 부릅니다.

Waite        당신은 무엇 때문에 이것을 ‘새’라고 부릅니까?
                  이것이 당신에게 새처럼 보입니까?

Steichen  이것은 새를 닮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새라고 느낄 수는 있습니다.
                 작가에 의해 새로 특징 지워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Waite       작가가 이것을 ‘새’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것이 새인가요?

Steichen  그렇습니다.


1926년 10월 사진작가 스타이첸(Edward Steichen)는 프랑스에서 뒤샹의 도움을 받아 브랑쿠지의 <공간 속의 새>를 미국으로 운반하게 되었다. 당시 그는 귀국할 때 미국세관에 <공간 속의 새>를 ‘미술작품’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미국세관은 마치 프로펠러처럼 길고 미끈하게 다듬어진 청동 덩어리를 보고 ‘부엌용품 및 의료기기’로 분류했다. 당시 미국 관세법은 미술작품을 면세품목으로 상정했지만, 세관원의 눈에 <공간 속의 새>는 미술작품이 아니라 ‘공산품’으로 보였다. 결국 스타이첸은 600달러 세금(공산품에는 판매가의 40%)을 물었다.


스타이첸은 휘트니 미술관 설립자인 G.V. 휘트니의 재정적 도움으로 소송을 걸었다. 브랑쿠지의 <공간 속의 새>는 법정에서 조각 ‘작품이다/아니다’라는 논쟁에 휘말렸다. 1년 후인 1927년 10월 뉴욕 법정에서 와이트(Waite) 판사는 조각은 “자연의 대상을 모방”했을 경우에만 예술작품으로 인정된다는 판례를 따라 조각의 제목에 주목했다. 당시 미 정부를 위해 증언했던 조각가 애트킨(Robert Aitken)은 <공간 속의 새>를 “너무 추상적이고 조각 형태의 오용”으로 보았다. 그에게 예술은 “미적 감각”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공간 속의 새>는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그에게 보였다.


Speiser  애트킨 씨, 이것이 예술작품이 아닌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습니까?

Aitken     우선 이것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Speiser  이것이 당신에게 미적 감정의 반응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Aitken     네, 일으키지 않습니다.

Speiser  그것이 당신에게 유일한 이유인가요?

Aitken    저에게 이것은 예술작품이 아닙니다.


조각가 애트킨은 ‘미술은 모방이다’는 플라톤의 미술론을 따른 반면, 사진가 스타이첸은 ‘미술은 작가의 인식에서 출발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술론을 따른 셈이다. 브랑쿠지의 증인들(사진가 Edward Steichen, 조각가 Jacob Epstein, <The Arts>의 편집인 Forbes Watson, <Vanity Fair>의 편집인 Frank Crowninshied, 브룩클릭 미술관 디렉터 William Henry Fox, 미술평론가 Henry McBride 등)은 재현의 문제가 예술 가치와 무관함을 역설했다.


브랑쿠지는 작품제작과정을 진술서에 “나는 어떤 다른 누구도 이 작업에 개입하지 못하게 했고, 브론즈는 내 고유의 창조물이고, 나를 제외한 어떤 누구도 내 맘에 들게 작업할 수 없다”고 썼다. 브랑쿠지는 자신의 새들 작품을 대량생산품이 아니라 수공업 작품으로 주제의 변주(“일생 동안 나는 비행의 본질이라는 하나를 찾아왔다”)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와이트 판사는 “이것은 외관 상 아름답고 균형이 잘 잡혀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새와 접목하기는 어렵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매우 장식적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전문적 조각가에 의한 독창적 작품이고, 이상에서 언급된 권위에 따라 실제로 조각이고 예술작품이라는 증거 하에, 이의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면세로 판결 내립니다.”

by 아트레이드 | 2008/04/10 13:54 | 류병학의 1분짜리 미술학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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